'테러 공포'에 깊어지는 푸틴의 고민…러'의 선택은?
'테러 공포'에 깊어지는 푸틴의 고민…러'의 선택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11.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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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와 시리아 내전 사태 해결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는 서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에 이어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까지 터지면서 시리아 사태 해법과 관련해 서방과 불협화음을 내는 러시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테러 사태가 푸틴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정상들은 15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달라고 종용했다. 파리 테러 발생 직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상호 동의에 기반한 시리아 내전 종식은 러시아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IS 퇴치가 러시아에게도 긴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시리아 정권 이양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러시아의 경제, 정치, 군사적 이익은 보호될 것이라고 재확인할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G20 회의에 앞서 "테러 위협에 맞서고 수백 만명의 난민들을 돕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가 결합된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러시아와 서방 사이 갈등의 골은 깊다. 바샤르 알 아시드 시리아 정권과 전통적 우방 관계인 러시아 정부는 벌써 5년 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에 대한 해법을 두고 서방국들과 사사건건 부딪혀 왔다.

미국 등 서방은 시리아 사태의 원흉을 아사드 대통령으로 보고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강조한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장차 시리아 내 혼란을 막을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아사드 대통령을 감싸 왔다.

서방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IS 퇴치를 주장하며 지난 9월 시리아 군사개입을 시작하자 시리아 사태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타깃은 IS보다는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반군세력에 맞춰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방의 반발을 샀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러시아 국민들에 대한 IS 의 테러 위협이 명확해지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IS 격퇴가 러시아와 서방 모두의 즉각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합의가 도출되면 러시아가 시리아 내 공습 표적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인 유리 우사초프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대화에 관해 "IS와의 싸움에 관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했지만 전술상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방의 압력에도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그러길래 우리가 뭐랬어'라는 식의 서방 질책은 러시아 정부를 오히려 격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계 미국인 언론인인 줄리아 아이오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변화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 서방이 원한다면 특히 그렇다"며 "푸틴은 외부 압력을 싫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푸틴 대통령이 대응을 한다면 관심과 기대가 사라졌을 때 자신만의 속도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등 서방에 비해 러시아가 테러 위협에 익숙하다는 사실도 문제다. 러시아는 1999년 모스크바 일대 폭탄 테러,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테러, 2004년 베슬란 학교 인질테러 등 체첸의 이슬람 무장세력이 배후에 있는 대형 테러가 이미 여러차례 겪었다.

러시아 외교전문지 글로벌 어페어스의 표도르 루카노프 편집인은 "2000년께 들어 러시아는 이스라엘처럼 누구도 테러로 인해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며 "(여객기 추락 사고는)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은 이번 G20 기간 만나 시리아의 평화적인 정권 이양책과 러시아 설득 방안에 관해 논의할 에정이다. 프랑스 측에서는 파리 테러로 G20 회의 참석을 취소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대신해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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