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것들 - 괭이밥
포기를 모르는 것들 - 괭이밥
  •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 승인 2024.04.3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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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우후죽순. 아니, 우후잡초다.

자잘한 잡초가 빼곡하다.

비가 그친 후 땅바닥은 잡초의 세상이다. 뭔 풀들이? 종류가 이리 많단 말인가?

그 많은 잡초가 비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비를 흠뻑 맞고 기세등등 사방팔방에서 봉기다.

오래되어 뿌리가 살아있던 것이나, 갓 씨앗이 발아되면서 싹을 올린 것이나, 앞다퉈 깃발을 들었다. 떼거리로 봉기하는 터라 도대체 뭐가 잡초고 뭐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언뜻 분간이 안 간다.

비단풀부터 바랭이 망초 돌미나리 차이브 참나물까지 싹들의 전쟁이다. 너무 작아 손가락으로 잡히지 않을 것들이다. 여러 가지가 섞여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핀셋으로 가려 내기도 어려운 상황, 땅의 풀들은 좀 더 자라기를 기다리고, 화분의 풀은?

화분을 뒤집었다. 화분에서 빼내 윗부분의 풀들을 긁어내었다. 흙 반 풀 반이다.

비 한 번 맞았다고 이리 빠르게 자란단 말인가?

잡초의 생존 본능 하나.

빠른 성장 속도다. 언제 싹을 틔웠나 싶었는데 꽃을 올렸다. 앙증맞은 노란색 꽃을, 감았던 꽃을 활짝 피웠다. 바로 씨앗을 맺을 태세다.

같은 풀인데 자라는 형태가 이리도 다른 이유는?

잡초의 생존 본능 둘.

적응 능력이다.

넓은 땅에서는 바짝 엎드려 피운다. 좁은 곳에서는 곧게 자라며 키를 키운다. 빛을 쬐는데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바닥에 넓게 키운 잡초는 서둘러 꽃을 달지 않는다. 조금의 세력을 넓히는데도 여류를 갖는다.

그렇게 밟히고 긁히고 뽑히는데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잡초의 생존 본능 세 번째.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밟혀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절실함을, 나름대로 생존의 고수인 것을 조용하게 보여주고 있다.

괭이밥이 지천이다. 꽃이 피기 전, 땅을 덮어버렸다.

하룻밤 사이, 밤을 새워 작업을 마쳤다. 속전속결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고양이가 소화가 안 될 때 먹는다는데, 길고양이들의 상황을 헤아린 것인지, 올해는 어떻게든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엄마의 친절함, 빛나는 마음의 꽃말을 갖고 있어 그런지, 사방이 괭이밥이다.

화분의 그 좁은 가장자리도 온통 괭이밥이다. 핀셋으로 뽑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화분을 뒤집어 분리했다. 뿌리가 화분 가장자리를 따라 돌았다. 밑으로 내려갈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 단단한 벽을 뚫지 못함에 주위를 맴돌았다.

뽀얀 속살의 뿌리는, 화분 속의 다른 잡초가 그러했듯 살아가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의 흔적이다. 여리게 순을 올려 자란 괭이밥의 뿌리가 이렇게 자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때를 기다려 싹을 틔운 것에서, 추운 겨울을 겪어야만 싹을 틔운다는 유전자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강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떠한 역경의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원없이 보여주고 있다.

매년 그렇게 뽑아내는데, 매년 눈에 띈다는 것은, 더 많은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괭이밥의 유전자는 생존의 고수인 것이다.

빠른 성장 속도, 어떠한 환경적인 상황에도 견디고 진화하는 능력, 다양한 방법의 교차 능력을 발휘하는 강한 유전자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주변의 상황에 기죽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는 불멸의 유전자를 갖고 살고 있는 괭이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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