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4'가 천만 관객을 넘겼다.
`범죄도시 2', `범죄도시 3'에 이어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넘은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주연 마동석(형사 마석도 역)이 악당과 싸우기 직전 주고받는 대화가 영화의 시그니처로 보인다.
# `범죄도시' 분석
영화에서 마석도가 악당들을 혼자 찾아갔다.
악당이 하는 말 “혼자야?”, 마석도 왈 “응, 아직 싱글이야”. 악당 왈 “돈 필요하며 나줘 줘? 5대 5로 나눌까?”, 마석도 왈 “누가 5야?” 최근 개봉한 4번째 시리즈에서는 어떤 시그니처 대화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한 포인트다.
주인공 마석도는 왜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엉뚱한 한마디를 내뱉는 것일까.
진지하지만 결코 심각한 얼굴과 말투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는 자신에게 그 말을 던지는 듯하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긴장을 풀려는 것 같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심각한 말만 늘어놓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몸이 경직되기 시작한다. 반면 엉뚱한 한마디로 긴장을 풀면 마음과 몸이 한결 유연해져 상대의 펀치를 피할 공간을 찾을 수 있고 그 공간을 이용해 상대에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 유연한 쪽이 이긴다
오랜 기간 검도를 수련하고 있지만, 사범님은 여전히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허리로 밀고 나가라고 지적하신다.
힘을 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칼끝을 내 목에 겨누고 나를 치고 나가려는 상대가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어떻게 힘을 뺄 수가 있겠는가. 특히 상대가 나보다 고수라면 더 긴장되어 몸과 마음이 경직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상대를 꼭 이기고 싶다면 투지가 불타올라 온몸에 힘이 더 들어가지 않겠는가.
왜 힘을 빼야 할까?
힘을 빼야 내 몸에 맞는 자연스럽고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힘을 빼라는 건 몸에 있는 모든 힘을 빼라는 게 아니다. 동작에 따라 필요 없는 힘이나 인위적인 힘을 빼라는 걸 의미한다. `힘 빼기'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힘 조절'이다. 임팩트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실어나르기 위해 필요없는 힘을 죽이고 한 곳으로 힘을 모으는 과정이 `힘 빼기'일 것이다. 몸이 이러할진 데 마음의 힘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 걸…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로스(Elizabeth Ross)는 평생을 소위 `죽음학'연구에 헌신하였으며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였다.
그녀는 임종을 앞둔 5백여 명을 인터뷰하며 `인생에서 꼭 배워야 했던 거, 가장 아쉬웠던 것' 등을 받아적은 심리학자로 `죽음의 심리학자'라 불린다.
그녀의 연구 결과물인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에 의하면 사람들이 임종하면서 갖가지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중 가장 많은 것이 `그렇게 심각하지 살지 말 걸….'이었다.
말투마다 표정마다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늘 심각하기만 한 사람과 만나는 일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삶의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약한 사람일수록 말을 강한하게 한다고 한다.
지금 어떤 싸움을 앞두고 있다면 결코 목소리를 높이거나 인상을 심각하게 하지 마라. 말이 세고 거칠면 스스로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몸과 말에 힘을 빼고 자신에게 유머 하나 던지듯 상대에게 가볍게 말을 던져보라.
영화에서 보면 마석도가 항상 이겼다. 유연한 쪽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