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문화예술교육 <3>
북유럽의 문화예술교육 <3>
  • 유현덕 기자
  • 승인 2010.01.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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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발도로프학교 학생들이 야외 수업에 나서고 있다.

학교 안팎서 감성이 '쑥쑥~'

'슈투트가르트 청소년극단'서 아이때부터 연극관람
발도르프 학교, 입시위주 아닌 내적자유 추구 교육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내에는 시민이 즐겨 찾는 '운터름 투름(unterm turm)'이라는 건물이 있다. 여가활동 단체, 지역미술관 협회, 극단 등이 한자리에 있는 '지역문화의 장'으로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단체는 역시 '슈투트가르트 청소년극단'이다.

애초 슈투트가르트 연극계는 성인 관객을 위한 연극이 대다수였으나 지난 2000년 초부터 어려서부터 연극을 보며 친숙해져야 아이들이 커서도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지역 연극인과 슈투트가르트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는 2004년 5월 '슈투트가르트 청소년극단'을 창단했다.

소극장(100석 미만), 본 공연장(250석), 인형극장 등 공연장 3곳이 갖춰진 이곳은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올릴 수 있도록 연습무대장도 별도로 갖춰져 있다. 극단에 속한 배우는 3명이지만 기술, 교육, 무대, 극작가, 감독 등 정규직 스태프를 포함해 20명의 연극 전문가가 극단을 꾸려간다. 작품에 따라 연극배우는 외부에서 초빙한다.

브리기테 데티어 극단장은 "어릴 때일수록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기획할 때마다 전 직원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한다"며 "학부모와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연간 3만3000여 명이 극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동화, 소설책 등을 작품화하거나 1년에 4~5편의 창작품 등을 무대에 올리는데 기존 작품을 반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올해의 테마는 '낯선 세계'로, 최근 올렸던 어린이 연극은 양과 늑대의 만남을 그린 '인생을 위한 양 한 마리'였다.

또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20세 이하의 클럽 3개를 포함해 '연극세대(4~71세)'와 '시니어클럽(60~94세)' 등 5개 클럽으로 나눠 목소리와 몸, 즉흥적이고 창조적 생각 등 연극의 전반적인 과정을 가르치고 1년에 4~8번 직접 만든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1년 강습비와 전체 공연관람료는 50유로(8만원)에 불과해 많은 시민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번째 계절이라는 별칭이 붙은 '시니어 클럽'은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클럽으로 손꼽힌다.

수준 높은 창작 작품과 전문 연극 스태프, 현대적 시설을 갖춘 슈투트가르트 청소년 극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1년 예산은 평균 200만 유로이다. 1회 공연 티켓은 4.5유로(한화 약 8000원)로 유럽의 고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당연히 입장 수입만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단 운영 예산의 90%는 슈투트가르트 시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가 부담한다.

◇ 그림·율동·음악 섞어 수업하는 발도르프 학교

"자유, 최고예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발도르프 학교에서 만난 한국인 학생 김정렬군(16)은 "2년 전부터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을 위해 학습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공부한다"며 "입시위주의 틀에 박힌 학교생활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열심히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1919년 9월 담배공장 사장인 에밀몰트가 '발도르프 교육'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와 함께 노동자의 자녀를 교육할 목적으로 설립한 최초의 발도르프 학교다. 2006년 기준으로 발도르프 브랜드를 쓰는 학교는 독일에 188곳, 독일 외 나라에 716곳이 있다. 부산과 서울에도 대안학교가 생기고 있을 만큼 발도르프는 세계적인 교육 문화 상품이 됐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 후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미래에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고, 그 결과 혁신적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런 생각과 질문을 바탕으로 발도르프 교육이 생겨나게 됐다.

1차 대전 이전까지 독일의 학교에는 특정 계층의 아이들만 다니는 곳이었고 노동자들은 초등학교만 겨우 다닐 정도였다. 전쟁 후 교육혁신은 계급, 계층이 없는 평등하게 교육하자는 것이었다.

발도르프 교육은 인간의 내재적 자유를 추구하며 교육의 통합성을 중시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지적, 신체적, 감성적 성장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처럼 똑똑한 아이를 골라내는 교육이 아니다. 점수도 매기지 않고 유급제도 없다.

발도르프학교 세바스티안 베르크(Sebastian Berg) 홍보담당은 "모든 어린이는 그 자체로서의 독립된 인격체이며 어린이가 자신의 발달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아내는 것이 교사들의 역할"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학생의 재능 관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예술을 통한 인지학을 기반으로 각종 전인교육을 활용한 독특한 교육체계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발도르프 학교는 그림, 율동, 음악 등을 섞어 수업 전체를 예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케네디 세라양(18. 12학년)은 "12년간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가 바뀌지 않으니까 서로를 더욱 잘 알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기말고사 등 평가가 없어 공부를 안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친구가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끝%유현덕기자

◈ 발도르프 학교 운영 방식

12학년제… 졸업때까지 같은반

주기 집중수업으로 학습효과 ↑


12학년제로 운영되는 발도르프 학교는 특이하게도 1학년 반 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같은 반을 유지한다.

한 반은 35명 정도. 모든 학생은 오전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하고 첫 2시간 동안 일정한 교과를 3~4주 동안 집중적으로 배운 후 일정 기간 이 교과 수업은 하지 않는 주기 집중수업에 참가한다. 4주간 자연과학분야인 화학 공부를 했다면 다음 4주간은 인문분야인 역사 등 성격이 상반되는 과목을 공부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외국어, 계산, 체육 등은 1, 2교시를 마친 후 매일 반복해 공부한다.

12학년 내내 시낭송, 노래, 회화, 연주 등과 함께 오이뤼트미(Eurythmie·상쾌한 리듬, 율동적 조화, 음악 울림을 머리, 가슴, 손으로 표현하는 것) 등 다양한 예술수업이 이뤄진다.

베르크 교사는 "오이뤼트미는 말 대신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같은 동작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서로를 느끼고 조화를 이뤄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발도르프 학교 재정은 주 정부인 바덴뷔르템베르크가 2/3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비로 충당한다.

 

슈투트가르트 청소년 극단 로비. 이곳은 어린이 연극을 보기 위해 방문한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얼굴을 익히고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청소년극단이 '인생을 위한 양 한 마리'라는 연극을 공연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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