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문화예술교육 <1>
북유럽의 문화예술교육 <1>
  • 유현덕 기자
  • 승인 2009.12.28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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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난딸로에서 예술 체험을 마친 가족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놀면서 배우는 '체험 교육' 아이들 상상력 자극하는 힘

'아난딸로 예술학교' 음악·연극 등 참여 감수성 키워
헬싱키시립도서관, 노래공연장 등서 문화콘텐츠 생산

◇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아난딸로 예술학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대표적인 공공 문화예술기관인 아난딸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er)가 있다. 학교처럼 공적 영역은 아니지만 이곳은 헬싱키 시에서 연간 156만 유로를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12만 유로를 지원하는 등 전적으로 세금으로 운영된다.

'왜 아이들이 수영은 배우러 다니는데 예술은 배우러 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에서 이곳은 시작됐다. 아난딸로의 교육목표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예술적 감각을 길러주면서, 예술을 통해 배움을 주는 것이다.

지난 1987년 쓰지 않던 학교 건물을 개조한 이곳은 18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센터다.

그림, 비디오, 애니메이션, 춤, 언어를 다루는 예술 전 분야에 모두 50여명의 전문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고 화실과 공연장, 작업실 등 11개의 스튜디오가 갖춰져 있다. 미술과 음악, 연극 등 모든 분야의 예술 행위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제작해서 감수성을 기를 수 있게 시설을 꾸며 놓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을 찾더라도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수강할 수 있다.

마침 이곳은 헬싱키 아테네움 아트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전'에 맞춰 어린이를 위한 피카소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실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가족과 함께 작품 속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피카소의 '책 읽는 여인'을 입체적으로 분리해 만들어 놓았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입체주의 화가 피카소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지역 미술가가 만든 것이다.

이렇듯 아난딸로 아트센트는 미술관과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문화예술 기획행사도 연중 펼치고 있다.

헬싱키 초등학생은 누구나 한번쯤 아난딸로 예술센터를 거쳐 갈 정도로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학교 연계 수업은 '5+2 원칙'으로 진행된다. 오전 9시와 11시 등 두시간 간격으로 연기 예술 댄스 등 3개 반이 진행되는데 교사와 학생들이 한번 이곳에 오면 2개의 수업을 5주간 참석하는 형식이다. 이곳에서 학교의 예술교육과 별개로 깊이 있는 예술 실기교육을 연간 480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아난딸로와 같이 종합문화예술교육센터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현재 핀란드에는 한 종류의 예술을 다루는 단위 문화교육센터도 800여곳이 있다. 물론 모두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

◇ 도서관에서 놀자

77%의 사람이 매일 1시간씩 독서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독서가 생활화된 나라인 핀란드. 헬싱키에는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36개 특성화된 도서관이 있다. 어린이, 생태학, 팝과 재즈 등 전문화된 도서관들로 다양해지고 있다.

도서관들은 전적으로 시 재정으로 운영,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 유럽도시지만 도서관은 평일에는 밤 10시,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등 연중 휴무일이 없다.

헬싱키시립도서관의 크리스티나 비르따낸 씨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돕는 곳"이라며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내 중앙역 앞에 문을 연 '라이브러리 10'은 음악 전문 도서관이다. 음악과 멀티미디어를 주제로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책을 빌려가고 도서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하루 2000명, 도서관에는 노래공연장, 연주와 편곡,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있고 기타를 배우고 싶다면 도서관에 비치된 악기를 무료로 빌리면 된다. 최첨단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부른 노래를 녹음하고 편집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는 작은 콘서트나 토론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핀란드의 도서관은 문화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다.

도서관은 커피나 밥도 먹을 수 있고, 창가나 구석진 곳으로 책상을 옮겨 공부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때문에 헬싱키의 아이들은 친구를 찾아 놀이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간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도 이뤄지고 있고 IT, 미디어, 이벤트, 라디오, 웹 2.0 교육 등 분야도 넓혀나가고 있다.

직장인 사라씨는 "만화책을 빌려보고 노래도 부르며 친구들을 만날수 있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따로 문화공간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일주일엔 3번 정도 이곳을 찾는 리아 실리야 씨(68)는 "인터넷과 비디오 촬영법을 배우며 노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다"며 "우리 또래뿐 아니라 젊은이 등 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핀란드는

◇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균등한 예술 교육

'휘바, 휘바'.

자이리톨로 유명한 핀란드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이다. 핀란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단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핀란드 정부의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공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 있다. 지난 1990~93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을 때도 사회복지제도가 도마에 올랐지만 결코 손대지 않은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무료교육'이다.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등한 사회의 전제조건은 '평등한 교육'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아난딸로 예술센터를 찾은 어린이들이 정원에서 놀고 있다.
아난딸로 전시실에 어린이들이 피카소 그림에 흥미를 느끼고 그림을 직접 만지고 놀 수 있도록 피카소의 '책 읽는 여인'을 확대해 만들어 논 작품.
'라이브 10'에 있는 라디오 스튜디오, 매주 2시간씩 라디오 프로그램이 방송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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