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작은 아버지께
보고 싶은 작은 아버지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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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주관 '건강금연 글짓기대회' 대상작
박소영 <청주일신여중 3학년>

요즈음 은행나무를 보면 노란색 물감에 초록색 은행잎 끝을 톡톡 찍어 놓은 것 같습니다. 하늘은 파랗고요.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나 봅니다. 중간고사 준비하랴, 축제 준비하랴 찾아뵙지도 못했네요.

작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매우 더웠으니까 벌써 두 달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때도 작은 아버지께서는 담배를 피우셨지요. 한 개비 피우시고, 잠시 후에 또 한 개비 피우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은 담배를 피우러 마당에 나가셨어요.

작은 아버지께서는 우리 아버지께서 담배 때문에 한 말씀 하셨을 때에 담배를 끊기는 매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작은 아버지께서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해요. 하지만 전 작은 아버지께서 할아버지처럼 될까 봐 두려워요.

솔직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셨잖아요.

기억나는 것은 저를 안으셨을 때 품에서 나던 담배냄새와 항상 갖고 다니시던 담뱃갑뿐이에요.

담배를 얼마나 많이 피우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였으니까 정말 많이 피우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였습니다.

"여보,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허무하게."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돌아가셨어요. 3일 만에 갑작스럽게요. 너무 어린 때라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아버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작은 아버지께는 할아버지가 미운 아버지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이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시잖아요.

작은 아버지의 동생인 우리 막내 삼촌은 그때 얼마나 어렸나요. 지금의 저와 나이가 같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기 때 엄마를 잃고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잃은 막내 삼촌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엄마 오리를 잃은 아기 오리를 볼 때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막내 삼촌을 볼 때마다 세은이와 동아, 작은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작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의 예쁜 두 딸인 세은이와 동아를 생각해 주세요. 작은 어머니도요. 세은이와 동아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20년 넘게 아버지가 필요할 거예요. 작은 어머니는 앞으로 50년 넘게 작은 아버지께서 지켜 주셔야 할 거예요.

전에 작은 어머니께서 푸념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작은 아버지께서 이렇게 담배를 피우시면 자신은 곧 남편을 잃겠다는.

작은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신지는 매우 오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부터인 것 같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작은 아버지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사람들은 칼로 자신을 찌르는 건 죽는다고 생각하고 무서워하지만 담배로 자신을 찌르는 건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죽는 시간만 다를 뿐이지 둘 다 같다고 생각해요. 작은 아버지께서는 벌써 15년 동안이나 담배로 몸을 찌르셨네요.

저는 작은 아버지의 건강이 정말 걱정돼요. 부디 이 편지를 읽으시고 아름다운 결심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곧 찾아뵐게요.

2009년 10월 17일

작은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조카

박소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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