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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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날씨가 덥고, 비 오고 변덕이 심합니다. 이런 날씨는 농촌에서도 달갑지가 않습니다.

비가 와 딸 때를 놓친 고추는 밭고랑에 물러 빠지고 습하고 무더우면 병해도 잦아 수확이 줄지요. 그뿐인가요 바싹 말라야 될 참깨, 고추 등이 걱정되기 때문이지요.

농사라고 짓다보니 심고 수확하는 것도 일이지만 따고 털어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고추만 해도 그 흔한 건조기도 없이 햇볕에만 의존하다보니 아침에 내다 널고 저녁에 거둬 들이고 잔손이 많이 가지요. 게다가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자칫 곰팡이가 피고 썩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건조기가 있는 이웃들에게 신세지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그렇다고 건조기를 구입할 만한 농사도 아니고.

그래도 고추는 건조기라도 이용하지만 참깨는 전적으로 햇볕에 의존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신경 많이 씁니다.

절기가 입추를 지나서인지 요즘 농촌은 청량감을 주던 개구리의 합창이 막을 내리고 풀벌레들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장년이 된 매미소리가 아직은 우렁차고 베짱이의 소프라노가 옥타브를 올리지만 차가워지는 밤이슬에 힘이 빠집니다. 대신 간간히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을 코앞으로 끌어 옵니다. 자연이 빚어내는 천상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하나둘씩 교체되는 중이지요.

충청타임즈가 오늘로 창간 3주년을 맞았습니다. 방아다리 편지와 충청타임즈와는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26년여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귀농과 전원생활을 핑계로 이곳 방아다리로 와 어설프게 하던 호미질이 노련해질쯤 다시 펜을 잡게 했고,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가는 시간과 세월의 도막을 엮게 했으니까요.

농부가 된 기자를 언론으로 다시 끌어들여 겸직을 하게 한 셈이지요. 오늘로 예순두번째 방아다리 편지가 배달됩니다. 언제나 만나도 살갑고, 정겹게 대해주는 후배들과 병풍같은 친구가 알차게 꾸려가는 충청타임즈가 3년만에 지역에서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지역의 향도로 우뚝서기 위한 묵직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밖에 천둥번개가 칩니다. 비가 쏟아지다가 멈추고 부슬거리기가 강약을 반복하며 종일 옵니다. 사이사이 간간히 부는 바람이 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벼가 패기 시작했습니다. 풍년을 잉태한 연두색 벼 이삭에 매달린 것 같이 핀 벼꽃에서 희망이 엿보입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속속 들려오는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답답한 일상에 활력을 줍니다.

가는 여름이 더우면 얼마나 덥겠습니까. 가는 여름 붙잡지 마시고 가을냄새가 나는지 사방 한번 둘러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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