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문백전선 이상있다
28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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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95>
글 리징 이 상 훈

"왕비께서 당장 염치 내외를 붙잡아 오라고 명령하셨네"

"그렇소. 염치의 하인 놈들이 대낮부터 술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참숯과 등겨를 조금씩 덜어주고 술을 먹고 있었다는 데 느닷없이 그 숯이 들어있는 부대와 등겨가 담긴 부대 속에서 값비싼 금은보옥(金銀寶玉)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지 뭐요. 깜짝 놀란 놈들은 크게 당황한 나머지 그냥 도망을 쳤다가 아무래도 그게 아깝고 아쉬웠던지 그중에서 다만 몇 개라도 건지고자 미련하게 그 술집을 다시 찾아왔다는 데 마침 연락을 받고 달려 온 관가 병사들이 운 좋게 그들을 모두 붙잡았다하오."

평기는 이렇게 말하면서 가슴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흥분을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지 얼굴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였다.

"그럼, 놈들을 잡아 철저히 조사해 보았단 말인가"

"물론이지. 그런데 놈들은 워낙 겁이 많기에 형틀에 매달고 고문을 가하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불어버리더래. 오늘 아침 자기 주인 염치 부부가 마차를 몰고 어디론가 부리나케 도망가 버렸다고. 염치가 자기들에게 선물로 주고 간 숯이 담긴 부대와 등겨가 담긴 부대 안에 설마하니 그런 귀중한 금은보옥들이 가득 담겨있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나."

"허허. 그거 참 이상하구만. 기왕에 도망을 가고자 한다면 그런 귀한 것부터 챙겨가는 것이 원칙이거늘 어찌 그런 이상하고 엉뚱한 짓을 했을까"

매성이 부채질을 하다말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도 그것이 영 이해가 되지 않네.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염치 그 놈이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병천국에서 도망쳐 나갔다는 것 아니겠는가"

평기가 이제야 비로소 평상심을 조금 찾았는지 아까보다 훨씬 더 안정되고 넉넉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아우내 왕께 직접 보고되었을까"

"당연하지. 역모(逆謀) 죄와 거의 맞먹을 만큼 사안이 너무나 급박하고 중대해 보이기에 하인 놈들을 붙잡아 조사하던 관리들이 왕께 직접 보고를 드렸다고 하네."

"왕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

"왕께서는 오늘 아침 일찍 성남 왕자님을 데리고 사냥하러 가셨기에 왕비께서 이를 대신 접수하셨다는데, 왕비께서는 크게 노하셔서 당장 군대를 풀어 도망친 염치 내외를 붙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지

"그래 으음. 이거 큰일이로구만. 고위 관리로 있던 염치가 별안간 뜻하지도 않게 우리 병천국을 빠져나갔으니, 앞으로 우리는 이에 대해 왕께 뭐라고 설명을 드릴 것이며 술렁거리고 뒤숭숭해지는 민심을 대체 무슨 수로 달래줄 것인가"

매성은 넋두리 하듯 이렇게 말을 하며 한 손에 쥐고 흔들어대던 백선(白扇)을 천천히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매성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띠어있고, 그 미소에는 승리자로서의 오만함과 여유만만함 같은 것이 짙게 배여 있었다.

"어떻게 하지 그나저나 염치 그 놈이 사로 잡혀 돌아오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니. 자네도 알다시피 염치 그놈이 여간 교활한가"

평기가 또다시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놈이 잡혀오면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는 일이 벌어지게 될는지도 몰라. 틀림없이 염치는 왕 내외분 앞으로 끌려가 조사를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염치 그 놈은 살아나고자 별별 수단을 다 쓰고 말거야. 어쩌면 물귀신처럼 우리를 끌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매성은 평기의 말에 자신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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