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는 남편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씁니다
고생하는 남편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씁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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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충청타임즈에 날아든 감동스토리-편지부문 장려상
김 현 진 <제천시 고암동>

여보, 홀로 지내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니 안부를 묻기도 전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여름이 성큼 가다오고 있지만 당신과 저 사이에는 아직 차디찬 겨울 바람이 부는 것 같아 마음 한 곳이 답답해지네요. 당신 알고 계세요. 많지 않은 우리 4가족이 떨어져 지낸지도 벌써 계절이 세 번 변하고 1년이 되어 가는 걸 말이에요....

시간의 흐름에 무딘 당신은 그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연초 우리 큰 아이 입학식날, 모처럼 학교로 나들이를 했는데 아빠, 엄마 손 잡고 온 다른 아이들 가정을 보니 당신의 빈자리가 그날따라 더욱 크게 느껴졌지요.

여보, 당신에게 냉철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어요. 어느날 불쑥 내린 당신의 귀농 결정, 결혼 6년동안 그 어떠한 결정에도 반대하지 않은 저지만 그 때 내린 당신의 그 결정만큼은 따를 수 없었어요.

평생 농사일만 해 오신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사일의 힘듦과 고달픔을 잘 아는 저이기에 현재 생활이 잠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10여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 가자는 당신 말에 차마 동의할 수 없었어요.

그 어떤 어려움과 힘듦이 당신을 괴롭혔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당신이 원망스러워요. 혼자 결정내리고 만류하는 저의 손을 뿌리치듯 집을 떠나 시골로 내려간지 1년 남짓. 예전 같으면 내리는 눈이나 비를 보면 낭만이나 분위기를 이야기 했겠지만 당신이 떠난 이후엔 내리는 눈, 비 등 날씨에 왜 이리 민감한지.....

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칠 때면 혼자 외로이 고생하고 있을 당신 생각에 잠못 이룰 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여보, 매 시간 당신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될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 문제나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니 저 역시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어요.

입학식날 왜 우리 아빠만 학교에 안 오나며 당신을 찾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 가며 달래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아이를 속여야만 하는지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떨어져 지내기 1년전까진 우린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단란한 가정이었죠. 당신은 비록 몸편한 사무직은 아니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누구나가 알만한 건실한 기업에 생산주임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전 그저 아이들 열심히 키우고 당신만 생각하며 살림만 하면 되는 전업 주부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그 사고를 당하고 나서 우리 가족의 행복은 조금씩 무너져 갔죠. 그 사고도 당신의 부주의 보단 같이 근무하는 신입사원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 안타까웠죠. 사고로 조금 불편한 몸이 되었지만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묵묵히 일하면 되는 걸,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당신 성격과 회사내의 무언의 압력에 당신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 가려고 마음 먹기까지의 당신의 심정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에요.

……… 중략 ………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하시려고 노력하는 당신 모습이 이제는 자랑스러워요. 여보, 힘들어도 우리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내기로 해요. 이미 농촌서 살기로 한 당신 마음 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지난 제 생일날 당신이 수확한 딸기라며 보내준걸 받았을 때는 퇴근 후에 함참을 울었어요. 고맙다고 이야기 하려던 당신과의 통화 때엔 눈물이 나는걸 참으며 통화했지만 어떤 때는 미쳐 버릴 것같아요. 하지만 저보다 더 힘든 당신에게 힘든 모습 안 보이려고 노력할 뿐 당신이 무척 보고 싶어요. 여보 아이들과 우리 가족 함께 모여 지난날의 행복을 다시 느낄 그날을 위해 참고 노력해요.

여보, 보고싶어요. 오늘밤엔 예전에 아이들과 웃으며 지낸 때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꿈으로나마 우리의 네 식구 행복했던 때를 느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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