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쓰는 부모님 전 상서
영상으로 쓰는 부모님 전 상서
  • 최승환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 승인 2024.04.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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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승환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최승환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할 때 `부모님 전 상서'란을 사용한다. `전 상서'의 전(前)은 `앞'을 의미하고 상서(上書)는 `웃어른께 올리는 글'이란 뜻으로 `부모님께 올리는 글'이란 뜻으로 쓰인다. 도에서 복지업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되면서 처음 `영상자서전' 사업을 접하게 되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업무를 체득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설 명절에 제천의 부모님을 찾아뵐 때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영상자서전을 찍어 부모님께 올려드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몇일 뒤 설날 제천의 고향집에서는 손주가 할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촬영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자서전이냐?'며 손사래 치시던 아버지는 어느새 몰입하셔서 촬영에 임하셨고, 함께 모인 형제들과 가족들은 그 풍경을 신기해하면서도 용기를 내신 부모님을 곁에서 응원해 주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두 분의 살아오신 인생과 자식에게 전하는 진심을 담은 `영상자서전'이 탄생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우리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나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가 어떤 분이고 어떻게 사셨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가 써주는 것을 `전기(傳記)' 또는 `위인전'이라고 하고, 자서전은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 쓰는 이야기를 말한다. 위인전이 우리에게 영감과 교훈을 준다면 자서전에는 개인의 삶과 경험에 대한 솔직하고 감정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서전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당시 시대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나아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으로 가치가 있다.

또한, 충북영상자서전은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 기록한다는 특징이 있다. `영상'은 문자나 소리보다 빠르고 직관적이며, 글로는 다루기 어려운 감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기에 영상은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을 일으키기 쉬우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일 년여를 열심히 달려온 `충북영상자서전'은 어느덧 6500명의 도민이 참여하는 문화운동으로 정착되고 있다. 충북영상자서전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 속의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는 그래서 푸근하고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는 집밥 같은 영상들이다. 내가 찍은 영상을 보내면 편집해 돌려주고 찍기 힘든 분은 신청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촬영해 준다고 하니, 참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도민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의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기회가 많아 진다면 장삼이사(張三李四) 서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서사(敍事)로 만들어지고 이런 서사가 하나, 둘 모여 충북의 영상기록문화가 되며, 나아가 충북의 민중사(民衆史)로 보존되어 충북도민만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혜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돌잔치, 결혼식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되었고, 이제 장례식 문화로도 촬영된 영상자서전의 쓰임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처럼 더 늦기 전에 내 부모와 내 가족의 살아온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충북도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후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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