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4.04.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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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이다. 그러니까 나이로 계산하면 80세가 넘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인의 나이를 만 65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 노인이다.

얼마 전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 친구에게 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짧은 인사말에 나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내 어머니도 그랬다, 나만 보면 늘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달고 다니셨다.

세상 어머니는 다 고맙고 미안한가 보다. 자리를 양보하는 일은 질서이며 예의다. 그것에 노인은 스미는 겸손을 내비친 것이다.



노인(老人)



그것은 죽는 날을 연기하더라도

끝까지 살아 볼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위대하다.



그렇다 산, 강, 하늘 그리고

태양과 바람을 이겨낸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 움직이는 끈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詩)다.



먹던 밥을 남겨도 되는

낡고 해진 옷을 아무렇게나 입어도 되는



끝나지 않은 끝을 확인하는 무용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같은 시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을

시 『 노인 』 전문

영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라는 시로 유명하다.

사는 것이 어디 내 마음같이 된단 말인가? 죽는 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건강한 육체가 젊음이라면, 건강한 정신은 노인이 아닐까?

한번 젊어 본 나다. 그런데 늙어본 경험이 없는 한 젊은이의 양보는 불변의 도덕적 가치이며, 윤리적 실천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의미는 어떤 일을 할 때 나이가 핑계가 될 수 없다는 것과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게는 그야말로 숫자일 뿐이다.

80세가 넘은 대통령이나 한 젊은이는 각자의 나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면 할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못한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때, 정말이지 나잇값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못 하는 이도 있다.

신문기자로 퇴직한 형은 나보다 16살이 많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는 15년을 더 살아갈 수 있다. 형과 가깝게 지내는 수도 배관, 누수 공사를 하는 김 사장의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기자 형보다 많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세상을 두 번 바꿔가면서 산 흔적이 넉넉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덤으로 살날도 기대해 본다.

그래도 내가 존경하는 평론가보다 나이가 적은 것은 분명하다.

『서정주의 음모와 윤동주의 눈물』을 2012년 발간한 평론가는 서정주 문학의 친일 사상을 고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분은 나의 선친보다 한 살이 적은 92세이다. 그런 긴 시간을 견디며 어벙하게 걷는 모습은 마치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하다. 앞으로 변화무쌍한 일들이 쏟아져나오겠다.

매일 눈을 뜨는 아침은,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선물이라고 한다. 오늘이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며 행복이다. 늙음에 충실할 때 늙어가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 얼마나 기쁜 행운인가?

될는지 모르지만, 어느 노인같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뱉어가며 아주 곱게 더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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