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표심 이젠 `수도권'
충청권 표심 이젠 `수도권'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4.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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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천하서 21·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치성향 급변
증평·진천·음성 야당 쏠림현상 … 나머지도 마찬가지
도시 규모 크거나 인접지역 일수록 수도권과 닮은꼴
첨부용. 제22대 총선 개표작업. 2024. 04. 11 /뉴시스
첨부용. 제22대 총선 개표작업. 2024. 04. 11 /뉴시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대변되던 보수성향의 충청권 정치 성향이 점차 수도권과 같아지는 경향을 보여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충청지역은 보수성향으로 분류됐다. 보수성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선거가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이었다. 당시 지역정당을 표방하던 자민련은 충청권 28개 선거구 중 24개 선거구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대전 7석을 석권한데 이어 충남 13석 중 12석, 충북 8석 중 5석이 자민련 몫이었다. 나머지 4석도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3석, 무소속 1석의 분포를 보였다. 말 그대로 보수천하였던 셈이다.

그랬던 충청권이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수도권 표심과 비슷했다.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충청권은 전체 28석 중 2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대전은 민주당이 7석 전체를 석권했다. 세종시는 2곳 중 1곳이 민주당 몫이었다. 나머지 1석도 민주당 계열 정당인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가 차지했다. 민주당은 충북 8석 중 5석, 충남 11석 중 8석도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충남·북에서 3석씩 6석을 차지하는데 그치며 충청권에서만큼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

4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국힘 8석, 민주 20석과 비교할 때 국힘은 2석이 줄었고 민주는 1석이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수도권과 매우 흡사하다.

22대 총선 개표 결과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 민주당이 102석을 가져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121개)에서 103석을 차지했다. 국힘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을 포함해 17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천안과 아산, 충북 중부3군(증평·진천·음성)이 수도권과 비슷한 민주당 쏠림현상을 보였다.

충청권 대표 도시지역인 대전과 청주, 세종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서 충북 8석 가운데 국힘이 3석, 민주당이 5석을 나눠 가졌다. 4년 전 총선과 의석수, 지역구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청주지역 4곳과 중부3군을 싹쓸이했다. 국힘은 지리상 경북과 닿아 있는 충주(이종배), 제천·단양(엄태영), 보은·옥천·영동·괴산(박덕흠) 3곳에서만 승리했다.

대전 역시 4년 전 총선과 같이 7석을 싹쓸이했다. 세종에서는 2석 중 1석을 얻었다. 세종시는 2012년 출범 후 줄곧 민주당 계열의 당선인을 배출해 왔다.

충남 11석은 국힘이 3석을, 민주당이 8석을 나눠 가졌다. 4년 전보다 국힘은 2석 줄었고 민주당은 2석 늘었다. 특히 천안 3개와 아산 2개 선거구는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국힘은 내륙의 홍성·예산, 지리상 서쪽인 서산·태안, 보령·서천 3곳에서만 깃발을 꽂았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충청권에서의 22대 총선 승부는 과거 총선과 마찬가지로 최대 격전지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지만 자세한 분석을 해보면 충청권 민심이 수도권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도시 규모가 크거나 수도권에 인접할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짙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엄경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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