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그 후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그 후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4.04.1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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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봄날의 포근함은 나른하고 피로감을 더해준다.

특별히 무리한 기억은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힘들고 눈도 뻑뻑한 것이 `피곤하다'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기 일쑤지만 막상 자리를 박차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만끽하다 보면 `와~ 이런 날씨가 오래오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날들이다.

그러나 날씨와는 다르게 터져 나오는 기사들은 울분을 토하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아동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아동이 사망하기 열흘 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결국 아이는 자신의 삶을 미처 살아내지도 못하고 8세라는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 가지만 여전히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이후 출생 미신고 아동(2015년~2022년) 2123명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대상 아동 중 1025명의 생존은 확인하였으며 249명의 아동은 사망하였고 814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당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수조사' 의미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안위를 확인함과 동시에 출생신고 절차를 거쳐 아동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도록 할 것이라 해석했기 때문이다.

과연 전수조사 이후 현재 상황은 어떠할까?

필자의 생각대로 생존한 천여 명의 아동들은 모두 출생신고를 마치고 기본권 보호의 안전망 안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출생신고는 부모가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여전히 출생신고를 꺼리는 가정이 있고, 지금까지도 조사 대상 아동 중 일부는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심각한 교육·의료적 방임 상태로 남아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병원 한번 가 본 적이 없으며 예방접종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가지 못한 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아동의 기본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본권이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인간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를 뜻한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첫 번째 절차이다. 이들의 생존은 확인되었으나 그 이후는 여전히 부모의 선택으로 남아있다.

전수조사를 마치고 나면 출생신고가 강제로라도 이루어지고 아동들의 기본권이 미약하나마 보호될 것이라 여겨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이런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전수조사를 하는 이유는 사망한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러한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함이면서 동시에 생존한 아이들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기본 권리를 보장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살아있으니 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물리적 학대뿐 아니라 교육·의료적 방임과 그로 인한 영향이 앞으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깊이 숙고하며 아동의 기본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입되어야 한다.

아동기는 가장 빠른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며 아동기의 경험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조사 이후의 적극적 개입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동학대는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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