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부터 패가망신?
열두 살부터 패가망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4.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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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열두 살부터 패가망신?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 어린 나이에 패가망신의 최첩경이라는 도박에 빠져든 아이들이 있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대구경찰청은 올해들어 청소년 대상 불법 사이버 도박 집중 단속에 나서 총 111명을 검거했다. 이들 가운데 도박행위자로 확인된 청소년은 무려 84명이었다.

경찰은 이중 도박 수익금 인출 및 전달 등 도박사이트 운영에 적극 가담한 청소년 1명을 구속하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43명의 청소년은 훈방 또는 즉결심판 청구 절차를 거쳐 형사 전과가 남지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는 중·고교생을 불법 사이버 도박 범죄에 끌어들인 조직원 35명을 붙잡아 이중 총책인 40대 남성 등 10명을 구속했다. 이들 조직원 전체 35명 가운데 12명이 중·고교 재학생이었다.

조직 수뇌부는 악랄했다. 도박에 중독된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고교 3년생까지 10대들은 홍보책으로 이용했는데 이들은 도박자금 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고교생은 주변 친구에게 도박을 권하거나 텔레그램 광고 채팅방을 운영하는 식으로 사이트를 홍보했다.

그중 중학생 3명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동안 500여 명의 회원을 모집했고 1인당 200만원의 범죄 수익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들 청소년의 열성 홍보에 힘입어 해당 사이트는 회원 1만5000명, 5000억원에 이르는 도박 사이트로 급성장했다. 조직원들이 떼돈을 번 것은 물론이다.

현장에서만 무려 83억원의 범죄 수익금을 몰수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18일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선포식을 개최했다.

오는 9월 17일까지 6개월간 전개되는 이 캠페인에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각급 일선 학교 등이 참여한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챌린지 선포와 함께 스쿨벨을 발령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스쿨벨은 지난 2021년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한 시스템이다.

학생과 SPO가 공모에 참여해 시행 중인 스쿨벨제도는 `학교 종이 울리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로 도입됐다.

지난해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배포 사건에 처음 발령된 스쿨벨은 지난해 서현역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한 온라인 살인 예고 게시글 폐해를 막기위해 3호가 발령됐으며 이번엔 청소년 사이버 도박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또다시 발령됐다.

경찰과 교육청이 그만큼 청소년 사이버 도박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청소년 도박사범은 2019년 2명에서 2020년 91명, 2022명 74명으로 100명 미만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갑자기 2배에 달하는 171명으로 급증했다. 불법 사이버 도박이 기승을 부린 때문으로 보인다.

패가망신의 최첩경이라는 도박에 어릴때부터 빠져드는 아이들. 학교는 물론이거니와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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