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고"…소액주주들에 손벌리는 기업들
"빚 갚으려고"…소액주주들에 손벌리는 기업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4.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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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산업·캐스텍코리아 등 채무상환 주주배정 유증
HLB생명과학 유증 등 때로는 호재로 인식 되기도



최근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돈줄이 마른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보산업, 캐스텍코리아, 인성정보, SG 등 4곳이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삼보산업와 캐스텍코리아는 오는 6월20일, 6월26일을 납입일로 정하고 각각 150억원, 11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삼보산업은 66억원을, 캐스텍코리아는 55억원을 채무상환자금에 쓸 계획이다.



각각 300억원, 419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인성정보와 SG는 160억원과 190억원을 채무상환자금 목적으로 기재했다.



기업이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가장 손 쉬운 선택지 중 하나다. 재무적 투자자를 특정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무상환 목적의 주주배정 유증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주주배정 유증 자체도 지분가치 희석에 따라 주가에 악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금 조달 목적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이 아닌 빚을 갚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자금 흐름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전환사채(CB)나 회사채 등을 발행하자니 추가적인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자니 마땅한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레버리지를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면서 "다만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의 경우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호재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HLB생명과학이 단적인 예다. HLB생명과학은 지난달 21일 채무상환자금 조달 목적의 1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다음날 HLB생명과학의 주가는 6% 가량 하락했지만, 이튿날 다시 22% 넘게 급등했다. HLB 그룹이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이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주주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수급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자금 사용 목적이 어떤 분야인지, 혹은 해당 기업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에 따라 때로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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