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승자가 되려면
유권자가 승자가 되려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4.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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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이틀 남았다. 그날 유권자들에 의해 다음달 30일 출범할 22대 국회가 구성된다.

거대 양당은 다수당이 되기 위해 막판 선거운동에 사활을 걸고있다. 한 석이라도 건져 생존을 도모하려는 군소 정당들의 분투도 눈물겹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흠결이 덜한 후보가 누구인지 차악을 고르느라 고심했던 지난 대선의 재판이라고 탄식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자책골들로 승부가 펼쳐지는 저질 축구경기를 보는 관객의 심정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으로 초반 우세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민주당 필패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반전된 판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인 전 국방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키고 대통령실 참모의 회칼 발언이 터지며 주도권은 국민의힘을 떠나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후보자들의 편법 대출·아빠찬스 의혹·부적절한 변호 이력·이대 발언 등으로 다시 곤경에 처하는 듯 했으나 이때도 대통령이 수호천사를 자임했다. 대통령의 대파 발언과 의정갈등 일방 대처는 수그러들던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막말과 함량미달 후보,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묻지마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품격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거친 언사들도 여야 공히 역대급이다.

후보들의 막말을 자제시켜야 할 대표들까지 나서 야당을 `쓰레기', `범죄자'에 빗대고 여당 여성 후보를 `나베'(일본어로 냄비)로, 여당 지지자를 `2찍'으로 조롱했다.

상대를 정치 파트너가 아니라 나라를 말아먹을 적패이자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독존의 정치가 재확인 됐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인구·기후·양극화 위기 등의 절박한 의제는 막말 경쟁의 뒷전으로 밀렸다.

상대 깎아내리기에 총력을 쏟다 보니 지지를 호소하는 구호에서도 주체성이 사라진 것 같다.

`우리가 다수당이 돼 정치를 바로 잡겠다'며 자신들의 역량을 강조하기 보다 `저쪽이 의회를 장악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상대 의존적 혐오 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양당의 지리멸렬을 파고 든 게 조국혁신당이다. `대통령 탄핵'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신생 정당이 삽시간에 여론조사 지지율 3위로 올라선 것은 단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정권심판론의 강도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각성해야 하겠지만, 민주당도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절대 다수 의석을 위임받고도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무능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도 조국혁신당을 약진시킨 요인이니 말이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 됐다. 누가 옥이고 누가 돌인지 옥석(玉石)을 가릴 수 없는 선거가 됐다. 쓸모없어 보이는 돌들이 판을 치고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돌더미를 뒤져서라도 옥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돌을 골라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정치 혐오를 부추겨 생각하는 유권자들을 떠나게 함으로써 정치를 자기들만의 리그로 만들려는 거대 정치집단의 담합에 굴복할 수는 없다. 그물망 같은 잣대를 현미경처럼 들이대고 최악의 후보를 걸러내는 수고를 기꺼이 수행해야 한다.

사전투표율이 31.28%로 총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야는 자기들 지지층이 결집됐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이전투구의 선거판에도 불구 채찍을 들었다는 의미가 크다. 어느 쪽이 이기든 투표율을 최고치로 끌어올려야 유권자 모두가 승자가 될 수있다. 수렁에 빠진 정치 구제에 필요한 유일한 방책이기도 한다.

누구보다 선거판을 관망 중인 2030 유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투표장에 나가 미래세대를 위한 비전 제시에 소홀한 정치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지난 선거를 통해 청년 유권자들이 요구한 공정과 정의의 실현을 지체시킨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누가 된들'이라는 냉소주의를 떨치지 못하면 고통스러운 미래를 앞둔 당사자들이 자구책 마련의 통로인 참정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자아비판을 할 날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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