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0.5% 직장 내 괴롭힘 겪어…15.6% 죽을 생각도
직장인 30.5% 직장 내 괴롭힘 겪어…15.6% 죽을 생각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4.0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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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비정규직, 30인 미만 사업장 심각
주52시간 초과 근무자, 괴롭힘 경험 41.3%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공공기관 종사자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2월14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30.5%)이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 지난해 1분기 조사 결과인 30.1%와 유사한 수준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 305명에게 이로 인해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자 그중 15.6%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공공기관, 비정규직,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일수록 괴롭힘 수준이 심각했다고 답변했다.



계약직 직장인 A씨는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직장갑질119에 "계약직인데 정규직 하기 싫으냐며 자기가 사무실에 한마디만 하면 바로 짐 싸고 아웃이라고 협박한다. 물건을 던지거나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며 "계약직이라 불이익이 예상돼서 참았다"고 전했다.



근무 시간이 긴 직장인들일수록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들의 괴롭힘 경험 응답은 41.3%로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직장인 B씨는 "퇴근 시간 10분 전, 30분 전 바로 처리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고 정시 퇴근 해야 한다고 말하면 난리가 난다"며 "시키는 대로 하기 싫으면 그만두는 것으로 알겠다고 말하며 압박한다"고 토로했다.



가장 흔한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17.5%)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부당지시'(17.3%), '업무 외 강요'(16.5%), '폭행·폭언'(15.5%), '따돌림·차별'(13.1%) 등이 뒤를 이었다.



괴롭힘을 겪은 이들 중 46.6%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는 응답자가 15.6%에 달했지만 대부분 신고를 하거나 치료받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이들 중 절반 이상(57.7%)이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 중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50%에 달했고, 진료나 상담을 받은 이들은 6.2%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것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고,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이유가 대다수였다.



신고를 하더라도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들 중 절반 이상(52%)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회사가 괴롭힘에 대해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의 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58%에 달했다. 더욱이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40%였다.



직장갑질119는 "사업장 규모가 작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 되고 있다. 괴롭힘을 경험한 이후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며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로 노동법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하는 모든 이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며, 적극적인 교육으로 일터 민주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보장하는 전반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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