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심부름꾼
욕심과 심부름꾼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4.04.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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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욕심이 있지 않으니 단정하고 욕심이 있으니 좋지 않은 몸을 얻는다. 욕심이 있는 자는 해탈하지 못하나니, 지금 반드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많은 종교에서 특히 불교에서는 위의 문구처럼 욕심을 비우라고 가르친다. 돈에 대한, 권력에 대한, 승진 등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게 안 좋은 것일까. 일단 뭔가에 욕심을 내는 것 자체는 어떤가. 뭔가를 욕심을 가지고 추구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 아닌가?



# 성장과 욕심

30년 전 초임교사 시절 가끔 동기들과 모임을 할 때 이야기 주제는 단연 자기 반 학생들이야기였다. 간혹 누군가 승진 관련 이야기를 꺼내면 그 친구는 약간 속물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모두들 `나는 승진 같은 거 안할거야. 아이들만 열심히 가르칠거야'라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년 후 지금, 그때의 동기들은 대부분 승진을 하여 전국 각지에서 교육장, 교장, 장학관 등으로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다.

학자 중에는 지위, 권력 등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순수하게 학문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지위, 권력, 돈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일에 힘쓰는 사람도 있다. 젊은 시절엔 지위, 권세, 돈 등에 관심을 가지는 학자들을 진정한 학자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학자로서만 연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학자라고 여겼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지위, 권세, 돈 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며 그런 사람들이 연구 실적도 더 많고 학계 활동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에 관심 없는 학자들은 다른 일은 하지 않은 채 연구에만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연구실적,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정말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은 욕심 있는 교수들이었다고 한다.

# 욕심의 경계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삶의 경험을 통해 “낮은 곳에서 한 작은 일들은 버림받지 않는다.”라고 고백한다. 김 교수는 104세를 살아왔고 40년 이상을 철학과 교수를 하면서 감투다운 감투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 내 보직도 두세 번 권유를 받았지만 동료교수에게 양보했다. 심지어 한국철학학회 학회장 직도 권유를 받았지만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사회적으로 일은 안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감투는 없었으나 국가와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이나 강연, 공무원 교육, 방송심의위원, 도서윤리위원 등 많은 일을 맡았다. 그러나 언제나 위원장은 맡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일은 많이 했으나 심부름꾼으로 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감투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90세가 넘으면서부터 그에게 뜻밖의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전혀 원하지도 않았는데 각종 상이 그에게 주어지고 심지어 그를 기념하는 `철학의 집'이라는 기념관까지 생겨났다. 104세의 김형석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러한 것들은 백 세가 넘도록 살았기 때문에 주어진 보답이 아니라 낮은 데서 조용히 맡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준 혜택이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욕심 없이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지내는 삶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때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명예나 지위에 욕심을 내는 사람이 타인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에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친절한 사람일 수 있다.

김형석 교수와 같은 심부름꾼의 삶이 내 삶의 이상향이다. 그리고 주변에 소위 욕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지인들, 욕심과 탐욕의 경계를 알고 선을 넘지 않는 지인들의 삶도 아름답게 보이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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