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과 차악(次惡)의 선택 유권자의 딜레마
기권과 차악(次惡)의 선택 유권자의 딜레마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4.04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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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선거 때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기권 아니면 차악(次惡)의 선택을 놓고 고민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인한 유권자들의 딜레마이다.

차악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악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유권자들은 4년전의 총선과 2년전의 대선에서도 차악을 선택했다. 정치불신과 혐오에 후보들의 비호감까지 겹쳐 주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이 차악의 선택으로 내몰린 것이다.

지난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충북 유권자들은 달라진 게 없는 정치행태와 같은 인물을 놓고 고민해야 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힘있는 다선의원, 중진의원이라며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인 지역일꾼이라는 식상한 정치구호만 외쳤고, 미래비전도 약했다.

유권자들은 눈에 차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권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악으로 선택된 그들의 4년 의정활동은 신통치 않았다.

유권자들의 인적쇄신을 통한 정치권의 변화 욕구가 커지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뭔가 변화가 있길 기대했다. 공천과정에서 갈등과 후유증을 감내하고라도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던 정치권은 구태를 벗지 못했다. 일부 선거구에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지역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다시 출마했다. 인적쇄신에 성공한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함량미달 후보들이 공천티켓을 거머쥐면서 유권자들이 여전히 정치와 거리를 두게 했다. 그들이 중앙무대에서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충북은 정치변방이다.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지역국회의원은 8명에 불과하다. 수적으로 볼 때 다른 지역에 비해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충북 정치권 스스로도 정치변방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척박한 정치환경을 극복하고 지역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토양과 기질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들은 지역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금배지를 달고 나면 지지를 호소하던 후보시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지역일꾼을 자임했던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무대에서의 의정활동을 명분으로 오랫동안 지역을 찾지 않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지역을 소홀히 하면서 선거가 임박해지면 나타나 표를 구걸하는 뻔뻔한 정치꾼들도 있다. 상당수의 역대 국회의원들이 그런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총선 역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기성정치인, 정치신인할 것 없이 지역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성정치인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고, 정치신인은 신인다운 신선함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부동층이 두텁게 형성된 것은 지역일꾼을 자처한 정치인들 중에서 표를 줄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권을 하자니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그러지 못해 고민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선거때만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기권보다 차악이라도 선택하고 그들이 한눈을 팔지 않고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하도록 하는 현명한 유권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차악 중에서도 잘 선택해야 지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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