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한 총선 씻는 투표
추한 총선 씻는 투표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4.04.03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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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바야흐로 민심이 요동치는 총선정국입니다. 선관위의 선거벽보와 정당과 후보를 선전하는 홍보물이 홍수를 이루고,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의 발품이 맹렬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선거판이 속된 말로 개판 오 분 전이기 때문입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들의 실망과 공분을 샀던 그리하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폐기를 공약했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번복해 양당이 공히 꼼수로 눈감고 아웅 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조국혁신당이 그러하듯 제3의 정치세력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급조해 선거전에 뛰어들어서 입니다.

비례대표는 직능과 직역을 대표할 인물들을 국회에 수혈하는 지역구보완제인데 각 당이 일부 검증되지 않은 함량미달의 후보를 매관매직하듯 공천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지역구 공천후보들의 면면도 도긴개긴 입니다.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와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기피하거나 회피한 자, 재산형성과정이 의심쩍은 자와 어린 자식에게 수억대의 재산을 편법증여를 한 자, 인간이하의 막말을 쏟아낸 후안무치한 자, 자녀의 외국국적 취득을 묵인하거나 도운 자, 전관예우로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자, 아빠찬스로 공정을 해친 자들이 수두룩해서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찹니다. 덕망 있고, 경륜 있고, 전문성 있는 참신한 후보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또한 작금의 선거이고 표심입니다.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에 매몰되어 있는 유권자와 이성적 투표 보다 감성적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많아 옥석가리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인데 작금의 선거판에 꽃은 간데온데없고 떨어진 목련꽃처럼 추한 몰골만 난무해 서글프고 안타깝습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옵니다.

각설하고 이번 총선은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6명을 선출하는 국가의 막중대사입니다. 대선이라 불리는 대통령선거는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는 투표이고, 총선이라 불리는 국회의원선거는 국가와 자신의 현재를 투영하는 투표입니다. 그래서 총선 때마다 정권심판과 야권심판이 단골메뉴로 등장합니다.

이번 선거 역시 윤석열정권과 거대야당 심판 이른바 검찰독재와 입법독재에 대한 심판이 대세이고 표심의 향배와 당락의 관건입니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입니다. 견해와 성향이 다를 뿐인데 상대를 틀렸다 나쁘다 낙인찍고 악의 축으로 내몹니다. 원수처럼 멸시하고 증오하고 배척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런 토양에선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습니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조율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게 정치이고 민주주의의 본령입니다.

현행 선거제도는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으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이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전투구를 벌입니다.

후보는 그렇게 싸울지라도 주권자인 유권자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옥석을 가려 투표해야 합니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경제적 양극화와 공간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입니다. 정치인과 국민들도 진영의 양극화로 나라가 사분오열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정치여야 합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패착을 연발하는 윤 정권, 이를 호재로 압승하려는 야당, 야당의 독주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여당이 투표 6일 전의 모습입니다.

선거가 추악하기 그지없는 역대 최악의 추한 총선입니다.

그런 만큼 옥석을 가려 뽑는 현명한 주권자가 되어야 합니다.

조석으로 변하는 게 민심이고 표심입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라와 후대를 위해.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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