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방식 - 자유를 찾기 위해 3개국을 연결한 인간 사슬
발트방식 - 자유를 찾기 위해 3개국을 연결한 인간 사슬
  • 반영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 승인 2024.04.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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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반영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반영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1989년 8월 23일 수요일, 유럽 북동쪽에는 675㎞에 달하는 기다란 끈이 형성되었다. 자유를 갈망하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우리에게 발트 3국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 사람들이 만든 희망의 사슬이었다. 무엇이 200만 명의 사람들을 거리로 나와 서로의 팔을 의지한 채 하나의 목소리로 시위하게 했을까.

발트 해의 동쪽에 있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이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오랜 세월동안 공통의 문화와 언어를 형성하며 유럽의 북동부에 자리해 왔다. 과거부터 외부의 침략과 지배가 일상이었던 이 지역은 항상 자유와 독립을 향한 열망을 품어왔다.

1939년 8월 23일 나치 독일-소련 사이에 비밀 불가침 조약이 조인되었고 그로부터 며칠 후인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독일의 요청에 따라 소련군도 1939년 9월 17일에 폴란드를 침공하여 동부지역을 점령하고 1940년 6월에 발트 해에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를 점령하여 그들의 영토로 편입시켰다. 더욱이 1941년 나치 독일이 바르바로사 작전(Operation Barbarossa)을 시행하여 소련을 침공하면서 독소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들의 조약은 파기되었다. 모스크바 협약과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약소국이었던 발트 해 국가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후 소련의 지배 아래 자유와 독립을 되찾기 위한 긴 투쟁을 이어나갔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는 서로에게 연대의 정신을 보여주며 독-소 불가침 조약의 50주년이 되는 1989년 8월 23일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그들은 에스토니아 탈린 (Tallinn)에 위치한 톰페아 (Toompea) 언덕에서부터 리투아니아의 빌뉴스(Vilnius)에 있는 게디미나스 탑(Gediminas Tower)까지 675㎞ 길이의 인간 사슬을 이루며 자유화 운동을 펼쳤다. 자유와 독립을 위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노력으로, 세계에 그들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 모든 과정이 발트방식(The Baltic Way)이라는 역사적인 평화시위로 기록될 수 있었다.

발트방식은 그들의 노력과 희망의 상징이다. 자주권을 유지하면서 비폭력 저항과 연대를 보여준 이 행동은 평화의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본보기로서 큰 주목을 받았고 2년 뒤인 1991년 소련의 실패한 쿠데타와 함께 발트 3국은 자유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카탈루냐주의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 기원 시위나 바스크 독립 요구 등의 시위들이 인간 사슬의 형태로서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지난날 그들의 연대가 과거와 현재, 자유와 독립을 향한 인류 승리의 본보기로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트방식은 당시 조직 과정의 거친 의사결정과 그 사건 자체에 관한 증언을 포함하는 기록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위는 전체주의 체제에서 오랫동안 탄압받아 온 여러 사회의 통합과정과 민주화 운동을 촉진했으며 1989년 12월 소련 인민 대의원 총회에서 1939년의 독-소 불가침 비밀조항이 법적으로 무효임을 선언케 했다.

발트방식이라는 독특한 사건을 증언하는 이 시청각 기록물은 또 발생할지 모를 비인도적, 제도적 억압에 대한 인간의 평화적, 자주적 투쟁의 기록을 담아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고유성, 그리고 대체 불가성을 인정받으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비상식적 억압 속에서 피어난 자유를 향한 염원은 그럼에도 평화적 수단과 함께했고 비폭력으로 사회파괴를 방지했고, 외교적 지원을 불러일으키며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냈다. 비문화적 사회에서의 문명화된 수단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와 일치하며 마침내 자유로 귀결되었다는 것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폭력적 탄압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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