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100장이라도
연탄 100장이라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4.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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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충청지역에서 고향이 있는 지역구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경선에서 낙마한 A씨.

정부 중앙부처에서 장관급 고위직을 지냈는데 갑자기 당의 부름을 받아 떠밀리다시피 경선에 참여했다가 4년간 텃밭을 지켰던 상대 후보를 이기지 못하고 국회의원의 꿈을 접고 말았다.

또 다른 지역의 경선에서 패했던 B씨. 역시 고위관료 경력에 기대어서 낙하산 추천을 받아 경선에 참여했으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A씨가 출마했던 지역의 사람들은 A씨를 이렇게 평가했다. “본인은 고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했지만 정작 그가 서울에서 힘있는 관료 생활을 할 때 고향에 내려와 어른들을 살피거나 인사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관직을 그만두게 되니 고향에 내려와 표를 달라고 한다.”

B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수십년 동안 고향을 떠나 있다가 갑자기 경선에 참여했다가 분루를 삼켰다.

중앙에서 낙점을 받아 어렵사리 경선판에 나섰으나 서먹했던 고향 민심은 그의 편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처럼 중앙당에서 낙점을 받아 경선에 뛰어든 후보자들이 탈락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공식 집계 결과 여야를 포함해 중앙당이 추천해서 투입된 대부분의 후보는 80% 이상 경선의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겨울에 고향 경로당에 연탄 100장이라도 갖다 줬으면.”

A씨의 고향 사람 중 한 명이 넋두리처럼 한 말이다.

경선 캠프에서 A씨를 지원했던 그는 “(A씨가) 30년간 중앙에서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고향에 와서 경로당을 찾아 어른들께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며 “전혀 고향 일에는 관심이 없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니 누가 믿었겠냐”고 혀를 찼다.

24억3593만원.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이다.

일부 극소수 후보들을 빼고는 대부분 먹고 살만한, 대한민국 중산층 계급 이상에 드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후보의 대부분이 평소에 고향이나 지역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선행을 베풀며 지역에서 음덕을 쌓은 후보자들도 꽤 있다.

그러나 매 선거 때 처음으로 등장하는 관료출신 후보자들을 보면 대부분 평소 고향지역엔 별 관심이 없이 서울에서 직업에 충실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표를 구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하는 유권자들로서는 여간 볼썽사나운 게 아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명부를 검색하면 각 후보자의 재산과 병역, 세금 납부 실적 등을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한 자료 공개로 보인다. 그런데 이 명부에 후보자들의 기부 활동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유권자들에게 배달되는 홍보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기부금이나 고향사랑기부 참여 등 후보자들의 사회공헌 활동 내역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수십억, 수백억대 자산가이면서도 기부에는 `끔찍하게' 인색한 이기적인 구두쇠 후보는 가려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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