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앞둔 주부 '금녀의 벽' 무한도전
마흔 앞둔 주부 '금녀의 벽' 무한도전
  • 이상덕 기자
  • 승인 2007.10.19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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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1녀의 어머니… 환경미화원 체력검정 참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8일 오전 9시 상당구 용정동 김수녕양궁장에서 열린 청주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검정 현장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응시생들이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는 '필사의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체력검정에는 마흔을 앞둔 주부가 지원해 20대∼40대 남성들과 나란히 4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3개 종목 체력을 겨뤄 눈길을 끌었다.

1남 1녀의 자녀를 둔 주부 안모씨(39·청주시 흥덕구 가경동)는 남성들과 똑같이 체력검정을 받기 위해 참석해 25kg들이 모래자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종목에서 3분20초를 거뜬히 버텼다.

지원자 10명과 함께 나란히 경쟁한 모래자루 들기는 그야말로 힘으로 버텨야 하는 종목이어서 20대∼30대 남성들도 1∼2분만에 땅바닥에 내려놓기 일쑤였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는 안씨의 모습에 경쟁자들도 박수를 보냈다. 안씨는 이날 윗몸일으키기 역시 1분에 44회를 거뜬히 해냈고, 400m 달리기도 좋은 기록을 보였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는 분야지만 집안 일을 하면서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안씨는 1년전부터 착실히 체력을 다져 이날 '금녀(禁女)의 직종'으로 여겼던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안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남편 혼자 벌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일을 찾다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했다"며 "발가락 부상까지 입어 한 달 동안 연습을 못해 걱정했는데 컨디션이 좋아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 합격이 은근히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신동수 청주시 상당구청 청소계장은 "취업난에다 대우가 좋아 대졸 등 고학력자는 물론 지난해 낙방한 재수생들까지 몰렸다"며 "3년전부터 공개채용으로 여성도 지원이 가능해 실제로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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