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어머니 재활이 먼저” 청주 30대 강훈봉씨 효심 감동
“암투병 어머니 재활이 먼저” 청주 30대 강훈봉씨 효심 감동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11.29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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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위해 휴직 … 매일 김수녕 양궁장 맨발 걷기
이웃 암환자에 손수 제작 지팡이 나눔 `칭송 자자'
강훈봉씨와 어머니 방옥선 여사.
강훈봉씨와 어머니 방옥선 여사.

암 투병하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운동을 하는 30대 청년이 있어 화제다.

청주 한라스택폴 회사원인 강훈봉씨(37)는 지난 8월 휴직계를 내고 매일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김수녕양궁장을 찾고 있다. 담도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서다.

괴산에서 농사를 짓던 어머니 방옥선 여사는 지난 4월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위해 거처를 큰아들 집이 있는 청주로 옮겼지만 혼자 걷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로 올라가 항암치료를 받는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온 가족이 매달려도 힘든 일을 3남매 중 막내인 강훈봉씨가 어머니 병간호를 결심하고 간병에 나섰다. 7살 딸을 둔 가장으로의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과감하게 휴직계를 낸 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강씨는 “10년 전 아버님도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휴직계를 내고 엄마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때의 아픈 경험을 두 번 다시 하고 겪고 싫어서였다”며 “가난한 집안에서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아니까 휴직계 쓸 때도 망설여지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휴직으로 인한 가정경제의 어려움은 형의 도움을 받고 있단다.

강씨는 “가족들 모두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휴직 후 거의 매일 김수녕 양궁장에서 어머니와 보낸다. 맨발걷기가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김수녕 양궁장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울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는 날은 아침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 이상 맨발걷기 숲을 걸으며 어머니 건강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머니를 돌보며 이웃의 암환자 분들에게도 땅 기운을 많이 받도록 전지를 감은 지팡이를 만들어 나누고 있다.

어머니 방 여사의 마음도 든든하다. 시부모님 모시고 4대가 한집에 살았는데 가난해서 막내는 안 낳으려고 했었다는 방 여사는 “그 아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걸어다니지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 고마운 아들”이라고 속마음을 들려줬다.

아픈 어머니를 넉 달 가까이 밀착해 돌보는 강씨를 보고 주변에선 효자라고 칭송이 자자하다. 효자라는 말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숲에서 오래 봐온 분들이라 가족 같은 느낌도 많이 든다”면서 “양궁장에 오시는 분들이 매일 엄마와 운동을 하니 효자라고 칭찬해주시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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