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시절인연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10.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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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나보다 인생을 몇 곱절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두 사람을 함께 만났다. 점심을 먹고 커피 타임도 가졌다.

전공이 다른 그들은 외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노마드(nomad) 같은 시련도 견뎌내어 짙고 굳은 나이테를 지녔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건축가 프란시스 케(Francis Kere)의 방식과 스타일을 좋아하는 한 사람은 역사문화 해석, 사회적 주택, 공유경제 등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그의 주무대는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쳐있다.

다른 한 사람은 나혜석(蕙錫)과 같은 1920~1930년대 우리나라 신여성(新女性)에 대해 천착했던 공부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한류문화의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튀르키예를 거쳐 중국에서 살뜰하게 등주(燈炷)를 태우고 있다.

그들의 광활한 이야기에 시간이 모자랐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셋이서 자리를 함께한 것이 쓸모 있는 조합이었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손꼽아 세어보니 그들과의 인연의 출발점은 꽤 오래되었다. 44년 전과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소식이 끊기지 않고 다시 볼 수 있게 되니, 시절인연(時節因緣)의 오묘한 힘이란 느낌도 들었다.

앞으로도 그들의 선택과 행보(行步)가 지치지 않고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기를 원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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