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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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11.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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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세 살배기 손자 녀석이 감기를 앓기 시작한 지 벌써 5일째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한 요즘. 낯엔 영상이지만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환절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감기. 아무리 조심을 시켜도 어린이집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손자 녀석이 다니는 어린이집 한 반 아이들이 한꺼번에 몽땅 걸리고 말았다.

연말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들 내외다. 열감기로 어린이집을 못 나가게 된 손주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내차지가 된다. 가을걷이도 다 끝났고 딱히 할 일도 없는 터이니 적격이다 싶었는지 며느리는 첫날부터 기저귀 가방을 안겨주며 돌봄을 떠넘겼다. 사실 아들 클 때는 똥 기저귀 한번 손수 갈아주지 않고 길렀는데 손주 녀석은 벌써 몇 번을 해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스스로 웃음이 나온다.

가방에는 기저귀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죽과 간식, 물티슈, 체온계, 간단한 장난감 몇 개, 예비 옷 1벌, 오침에 덮어 줄 작은 이불 등 준비물이 꽤 된다. 이 가방을 챙겨들고 농장으로 간다. 감기에는 보온이 필수인데 다행히 농장에는 컨테이너가 있고 전기가 들어와 난방이 잘되니 걱정 없다. 녀석은 처음엔 “하부”하고 불렀는데 요즘엔 한 자가 더 늘어 “하바지 하바지”하며 어찌나 잘 따르는지 할아버지 껌 딱지니 옆에 있어만 줘도 잘 논다. 사실 너무 잘 놀아 걱정이다. 몸보다 머리가 앞으로 쑥 내민 채 아직도 뒤뚱뒤뚱 불안하게 내 달릴 땐 잔뜩 긴장이 된다.

“절대로 밖에 데리고 나가면 안 돼요”라고 며느리가 신신당부를 했건만 밖으로 나가자고 떼를 쓰는 녀석. 그 천진한 녀석의 막무가내 떼거지를 난 도저히 막을 재간이 없다. 문만 따주면 신발도 신지 않고 뛰쳐나가 언덕이고 비탈길이고 무조건 직진으로 돌진할 때면 황당무계다. 간신히 붙잡아 꼭 껴안고 닭장으로 갔다. 닭 외에도 오리, 기러기, 오골계, 백봉이 사이좋게 함께 사는 닭장이다.

오늘은 유난히 오리가 시끄럽게 `꽥꽥'거린다 싶어 우리 안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러기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안에는 물론이거니와 놀이터에도 연못에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놀이터 쪽 덧문이 열려 있었다. 아뿔싸! 어제께 손자 녀석에게 정신을 빼앗겨 덧문 닫는 걸 깜빡 잊었던 모양이다.

오리와 기러기는 단짝이다. 오리 한 쌍, 기러기 한 쌍을 사다 넣었는데 너구리의 습격으로 오리와 기러기 두 마리를 잃었고, 암컷오리와 수컷기러기만 남았다. 과부 오리와 홀아비 기러기. 오랫동안 같이 살던 둘은 정이 들었는지 항상 함께했다. DNA가 다를 텐데 사랑도 나눈다. 그러던 사이였는데 기러기가 사라졌으니 오리가 안절부절못하고 울부짖는 것이었다.

손자 녀석을 데리고 1.5킬로 미터 거리에 있는 개울로 갔다. 전에도 한번 탈출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 개울에서 찾았었다.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이번에도 기러기는 거기 있었다. 흰색에 회색이 섞인 기러기는 한눈에 띄었다.

오리는 척삭동물의 조류로 기러기목 오릿과이며 생식은 난생이고 물가에 살며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기러기 역시 기러기목 오릿과이며 생식은 난생 갯벌, 호수, 습지, 논밭에 살고 시베리아 동부와 사할린섬, 알래스카 등지에서 번식하다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새다. 기러기가 철새라는 게 오리와 다를 뿐 몸집이며 생김새도 정말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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