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함께 모양이 바뀌는 말
생각과 함께 모양이 바뀌는 말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0.09.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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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근래 출판계에서는 말하기, 언어, 말투, 말센스, 대화법 등 화법에 대한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말'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전달할 때, 감정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 도구이다 보니 찾는 이가 많아 그럴 것이다.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은 `말하는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배우고 익혀 삶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을 구입하는 것이리라.

말은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는 관점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인격과 삶이 배어나는, 한 사람의 인생 이면을 `보이지 않는 말'로 `사람을 보여 주는'표현 도구이다.

그림책 `말의 형태/오나리 유코/봄봄'의 작가도 보이지 않는 말에 대해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혹시 아름다운 말은 꽃이 아닐까. … 흔하지만 예쁜 토끼풀 같은 말도 있겠지.'라며 독자에게 묻는다.

입에서 나오는 순간 눈에 보이지도 남지도 않는, 형태가 없는 것이 말이다. 형태는 없지만 말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과 온도 그리고 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 말들의 풍경을 `즐거운 말은 탬버린! 슬픈 말은 차가운 물방울 …, 부드러운 이불 같은 말이 꽉꽉 돌돌 말아서 숨 막히게 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내 놓을 수 있는 통로가 무수히 많아지고 있다. 빠름과 바쁨이 일상화된 요즘에 걸맞게 짧은 글, 짧은 말, 짧은 영상 등을 통해 거르지 않은 감정을 여기저기에서 쏟아 낸다. 단풍잎이 예쁜 은행나무가 가을바람에 열매를 우수수 떨구듯 말을 쏟아 낸다. 그렇게 입 밖으로 나온 말과 글은 못이 되고 돌이 되어 타인에게 가 꽂히기도 한다.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라고 `말의 품격'에서 이기주 작가도 권한다.

내가 한 말이 단호한 목소리의 주황색으로 보이고, 탬버린처럼 즐거운 소리로 들리고, 탱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인다면 어떨까? 말할 때마다 뾰족한 못이 입에서 나가 상대방의 몸에 꽂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무 열매 모양의 말에 맞았을 때는 아프겠지만 주워 키워 나무가 자라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듣는 사람도 순순히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작가 오나리 유코는 `말의 형태'에서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글과 그림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이 집에 모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오죽하면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 서면 또 밥을 해야 하는)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 힘든 시기에, 가족들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말은 하지 않았는지, 대못을 날리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꽃이 노래하는 것처럼, 빛이 웃는 것 같은 말은 얼마나 했는지 생각해 본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다. 많은 가족이 모인다. 일도 많아진다. 꽃이 되는 말, 달달한 향이 나는 과일 같은 그렇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질 못한 세월을 더 많이 보낸 우리네들이 모이는 거다. 입보다는 아래 있지만, 입보다 넓은 가슴에 있는 말을 해 보자.

보이지도 않고 매일 사라져가는 이야기 저편에 내 마음의 형태가 있는 것이라면 어떤 말을 하겠는가. 내 인격이, 말 너머에 있는 내 삶이, 말과 함께 드러난다면 어떤 말을 하겠는가. 스스로 빛을 발하고, 스스로 자라 내 삶과 함께하는 그런 말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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