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 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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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명세 타는 '진천 곰이야기'
괴산군의 음주상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진천군이 '곰' 때문에 또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마다 진천의 곰 이야기가 단연 압권이다.

지난 4월 4일 진천군수와 실·과장, 그리고 군의원 30여명이 군의회 부의장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곰요리로 점심을 한 것이 말썽이 된 것이다.

곰은 원천적으로 식용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농가에서의 사육은 소위 웅담으로 대표되는 의약가공의 목적으로만 허가된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부산물이 유통 혹은 반출되더라도 극히 음성적이었고, 더러 식용으로 사용될 경우에도 사육농가의 극히 제한된 관계에서만 이루어졌다.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그것도 지역을 대표하는 공인들이 죽 둘러앉아 곰고기를 회식했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곰은 불행하게도 사람과 관련해선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회자된다. 곰같은∼이나, 곰 발바닥같은∼, 곰 설거지하듯∼, 곰 제 주인 생각하듯∼ 등이 모두 그렇다. 곰 재주부린다는 말이 곰으로선 그나마 유일한 위안일텐데, 이번 진천의 물의는 곰이 재주를 부린게 아니라 사람이 재주를 부리다가 전국적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군의회 환경특별위원회를 마치고 밀도살된 곰고기를 먹은 것도 헷갈리거니와, 하필 문제의 음식점이 군의회 부의장이 운영하는 곳이라니 더욱 기가 차다. 들리는 대로 1인분에 5만원인 코스 요리를 3만으로 깎아서 시식했다면 곰이 재주 부리는 그 이상으로 머리를 쓴 것이다.

이번 파문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군수가 결제했다는 음식값의 적법성 여부와 사육곰의 처분에 대한 관련법 논란 등이 곧바로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자칫 외지에서 충북을 '이상한 나라' 쯤으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난데없는 음주상 소용돌이에 이어 곰 파문까지 겹쳤으니 말이다. 지방자치의 성패여부는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과감한 발상전환에 좌우된다는 게 정설인데, 우리는 연이어 정신나간 발상전환만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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