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풍경
김경구의 동화속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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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칫솔질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한참 바라보던 정화씨는 23이란 숫자에 눈이 멈춥니다. 보통 25일 붉은 숫자로 써진 성탄절에 눈길이 가겠지만, 정화씨네 달력에는 '23'이란 숫자에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23일은 바로 정화씨 친정어머니 생신이거든요.

사는 것이 그리 넉넉지 않은 정화씨는 올핸 직접 뜨개질한 털스웨터를 선물하려고 했었는데, 며칠 전 전화한 언니 때문에 현금을 내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정화씨는 몰랐는데 언니 말에 의하면 이젠 친정어머니도 틀니가 있어야 제대로 진지를 드실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정화씨는 마침 전날 8살 아이 앞니를 뽑아주며, 새 이가 언제쯤 나오나 한참 아이입안을 쳐다보았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아! 그러니까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 고기를 사갔을 때 "얘 지우 에미야. 낸 이제 고기. 아니 아니다"라며 말끝을 흐리던 친정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정화씨는 자꾸만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해져 옴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정화씨는 어렸을 적 생밤이나 호도를 입으로 딱 하고 자르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때는 어머니 칫솔로 정화씨의 이를 닦아주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 세월은 참 많이도 흘렀고, 지금도 보이지 않게 흐르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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