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출혈경쟁만 하더니
과당·출혈경쟁만 하더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1.3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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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충남 천안에서 영업 중인 대형마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9년 첫 출점 이후 해마다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이들 마트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천안시 2015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천안지역 9개 대형마트의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총 매출액은 3643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82억원에 그쳤다.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2%대에 불과했으니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 2원밖에 남기지 못한 셈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적자를 본 대형마트가 수두룩하다.

천안에 가장 많은 대형마트를 출점시킨 이마트 계열 3개 점포와 홈플러스 1곳, 농심그룹 계열 점포인 메가마트 등 5개 점포는 적자를 기록했다. 5개 점포의 적자 총액이 26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메르스의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마트 업계의 영업 부진은 다소 뜻밖이다. 전통시장과 지역 골목상권을 잠식해서 매년 고성장을 구가하던 지역 대형마트들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대형마트 업계의 갑작스러운 영업 부진 이유는 코스트코의 등장 때문이다.

미국계 다국적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지난해 5월 말 천안에 진출했다. 한국 내 11번째 매장을 낸 것이다. 이 매장은 개장 후 바로 지역 대형마트 상권은 물론 중소 유통 상권마저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주말이면 매장에는 사람들이 행렬에 떠밀려갈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미국 등 해외 각국에서 직수입한 물품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내놓고, 과자에서부터 명품 가방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는 상품 ‘라인업’을 갖춘 뛰어난 경쟁력이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코스트코 천안점은 이번 천안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자료(매출 내역)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아마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지방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천안 코스트코의 연간 매출액을 최소 1500억원대 안팎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스트코 한국 본사인 코스트코의 2014 회계연도(2014.9.1~2015.8.1) 매출 총액은 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매장 수가 천안을 포함해 12곳이니 1개 점포당 연간 평균 매출액은 2660억원. 그렇다면 코스트코 천안점의 연간 매출액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러한 대형마트 업계의 영업 부진으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9곳의 지역 사회 환원 액수는 5억71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불과 1억4900만원을 쓰는데 그쳤다. 가뜩이나 사회 환원에 인색했던 대형마트들이 매출 부진을 신호탄으로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서 아예 손을 떼는 모습이다.

그런데 엄살이 너무 심한 것 같다. 그동안 대형마트들의 영업이익 대비 ‘지역 사회 환원율’은 채 1%를 넘지 않았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눈물을 흘릴 때 호황을 구가하면서도 정작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발맞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과 고객 서비스는 뒷전인 채, 과당·출혈 경쟁만 하다가 신생 마트(코스트코)에 ‘한 방 먹고’ 나가떨어진 꼴”

업계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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