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와 안 의사
안 지사와 안 의사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11.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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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환(環)황해’는 황해를 둘러싼 지역을 말한다. 황해를 둘러싼 지역은 우리나라와 중국이다. 환황해는 한·중 수교 후 두 나라의 거리상 가까움을 강조하고자 부쩍 사용이 늘어난 단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서해 대신 굳이 황해로 부르는 건 중국과의 관계성을 의식한 탓이다.

환황해에 일본 규슈(九州)도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이건 무리다. 중국과 규슈 사이 바다는 중국에선 황해가 아니라 동중국해라고 부른다. 그곳에 중·일 영토분쟁을 겪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가 있다.

환황해는 엄격히 말해 일본은 제외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반면 ‘환(環)태평양’이란 용어가 있다. 여기선 중국이 빠지고 일본·미국 등이 포함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환태평양 사용 빈도가 줄고 환황해가 뜨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바다를 사이에 둔 서해안 지자체들이 극성이다.

충남도의 경우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을 만들고 올해 환황해TF팀도 신설했다. 지난 20일 미·중·일 인사들을 초대한 ‘2015 환황해포럼’까지 열었다. 하루 행사에 4700만원을 썼다. 이 자리서 안희정 도지사가 ‘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거듭 제안했다. 지난 8월 독립기념관 광복절 기념식에서 주장했던 것에 이은 두 번째다. 한·중·일 3국이 평화와 공존 속에 발전을 이뤄나가자는 요지다.

지방자치단체장 제안으론 너무 거창했다. 지방 행정이 국가 행정과 별도로 움직이지는 건 아니지만 국제기구 설립은 국가 외교 사안이다. 게다가 한·중 중심의 환황해포럼에서 “일본도 함께 가자”는 평화공동체 제안은 약간 생뚱맞다.

안 지사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있어 중국이 사드 시스템에 포함된 광역 레이더망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환황해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이 집결해 있다”며 “남과 북이 끊임없이 대결하며 무력 충돌을 반복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도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황해에 대한 옳은 정세 진단이다. 충남도가 환황해 경제권에 속했으니 황해를 둘러싼 강대국들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안 지사는 환황해의 평화 안정에서 경제·외교·군사적 협력까지 주장했다.

더 나아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21세기에 완성하자고 역설했다. 안 의사는 처형(1910년 3월 26일) 직전 집필한 동양평화론에서 3국 상설기구인 동양평화회의 조직, 공동은행 설립, 공동평화군 창설 구상도 밝혔다.

안 지사(知事)의 아시아 평화공동체, 하나의 시장, 외교군사적 협력 주장이 안 의사(義士)의 동양평화론과 비슷해 보인다. 안 의사는 우리나라를 존망의 위기에서 구해 내려는 절실함에서 주장했고, 안 지사는 대권 야망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공동체를 제안했다. 안 의사는 서양의 제국주의적 침략에서 함께 대응하면서 3국이 평화적 관계를 이루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3국 관계에서 미국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 엄청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안 지사의 아시아 평화공동체 제안은 도민이 감당하기엔 벅찬 주제다. 이래서 “도지사가 도정과 동떨어진 거대담론에만 빠진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참고: 안 지사와 안 의사 본관은 순흥(順興)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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