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휴업일 변경 시도
대형마트의 휴업일 변경 시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1.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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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대형마트 업계가 현재 매달 두 차례 일요일에 시행 중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법원 판결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제도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차선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에 승소를 기대했었다. 1심에선 졌지만 2심 재판부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1심보다 상급심인 2심 재판부의 승자가 사실상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리한 것이 사실인 상황. 하지만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지자체의 편을 들었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지자체들의) 영업 제한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골목상권 보호)이 중대하고 크다”면서 “(대형마트 업계의 주장대로) 대형마트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재 지자체가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제도를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판결이 나자 대형마트 업계는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업계는 판결 후 “영업 규제의 실효성이 미미하고 소비자 불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제도를 없애지 못하게 되자 업계는 의무 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데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현재 의무 휴업일을 강제하고 있는 일선 지자체의 조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인데 이 법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지자체와 지역상인 등 이해 당사자가 대형마트와 합의하면 휴무일을 휴일이 아닌 다른 날, 즉 평일로 변경·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업계가 이런 궁리를 하게 된 이유는 현행 제도 내에서나마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한 달에 2회씩, 일요일에 의무 휴업일을 당하면서(?) 연간 2조원의 매출 손실을 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옮기면 매출 손실액을 2조원에서 1조원대 미만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을 내다보고 있다. 실제 각 대형마트들의 주말 매출액은 평일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을 10%대로 가정하면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기만 해도 지금보다 연간 1000억원 대 이상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손익계산서를 산출한 업계는 전방위로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를 공략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전통시장 상인 단체를 상대로 ‘당근’을 제시하며 휴업일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강원도 원주시를 비롯해 몇몇 지자체들이 이해 당사자인 전통시장 상인 단체의 요청을 받고 휴업일 변경을 허락한 상태다.

우려되는 것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닌 대형마트와 지역 골목상권과의 상생 발전 취지의 훼손이다. 정부가 이 법을 만들면서까지 상생을 강조했으나 그동안 업계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전국 지방의 상권을 잠식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면서도 지역 사회 기여도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수익금의 1%도 지역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휴무일 변경 시도로 실리 챙기기에만 급급한 대형마트 업계의 모습이 여전히 마뜩찮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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