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총선전략?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총선전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0.18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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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교육부가 지난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겠다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 예고하면서부터다.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내걸면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르고 균형 있게 가르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야당과 역사학계, 교육계가 국정 교과서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반발했고, 교육·시민단체 470여 개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결성돼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란 이름으로 대학교수 102명이 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입장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들의 찬반논쟁이 불붙으면서 교과국정화 문제는 앞으로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불붙기 시작한 논쟁의 핵심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지난 대선 당시 전 국민을 혼란스런 이념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갔던 북방한계선 (NLL)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시 대선을 전후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쟁으로 국민은 세대 간, 계층 간 이념 갈등의 반목을 겪었다. 삼삼오오 모이기라도 하면 NLL이 안주로 올라와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당장 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남북 긴장감을 조성하며 정치적 야욕을 드러냈던 정치인들은 대선 이후 조용해졌다. 이기면 그만인 정치인들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가마솥처럼 들끓었던 NLL 논쟁은 그렇게 종식됐다. 착한 국민만 NLL 벌집에 쏘여 갈등의 생채기를 다스려야 하지 않았던가.

NLL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란 명칭만 바뀌었지 이념 논쟁이 가열될 조짐은 농후하다. ‘역사의식’이란 논거를 앞세운 정치권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갈 것이란 우려도 감출 수 없다. 교과서를 누가 만들 것인가 하는 주체의 이면에는 불순한 정치 셈법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역사란 이름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보하자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결국 제2의 NLL총선카드에 불과할 소지가 크다.

이번 논쟁이 가열되면서 청주시 큰 사거리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새누리당 현수막이 걸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의미 기저에는 이념 갈등을 부채질하는 내용도 자명하게 읽혀진다. 이념을 잣대로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권의 문구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음을 자백하고 있는 꼴이다.

야권의 무능함도 이에 못지않다. 대안없는 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기대하는 것조차 제거당한 기분이다. 당략에 좌지우지되고, 개인의 자리에 연연하면서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불쾌하다.

정치권의 자성을 기대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국민 스스로 각고의 반성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암울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것인가. 정치인을 위한 정치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엄정한 국민의 소리를 들려주고, 현실을 똑바로 대처해야 한다. 훗날 후손들이 지금의 역사를 들출 때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말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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