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프, 내년엔 성공하는 이유
한국판 블프, 내년엔 성공하는 이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0.1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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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코리아 그랜드 세일 기간인 요즘 전국 백화점과 쇼핑몰이 희색이다.

특히 서울, 부산, 제주 등 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의 유통가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8.7% 늘었고, 신세계백화점도 24.7% 신장했다. 대형마트들도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의류잡화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고 이마트도 자체 의류 브랜드인 ‘데이즈’의 매출이 18.8% 늘었다.

이 정도라면 일단 정부가 야심 차게 기획한 ‘한국판 블프(블랙프라이데이)’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정부 관계자들과 서울 목동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리아 블프를 계기로) 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여론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말은 10% 정도만 맞고 90%는 틀렸다. 내수 촉진을 통해 국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이게 특정 계층의 지갑만 열게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당장 외형상으로는 백화점의 매출이 늘고, 대형마트와 아웃렛도 매출이 증가했다.

그런데 백화점과 관광지 쇼핑몰에서의 매출 증가는 상당 부분이 중국 관광객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외국인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9월 26~29일)와 중국 국경절(10월 1~7일) 동안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수는 24만725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4518명 대비 17.7%가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인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국내 3대 백화점의 매출이 18~24% 증가했으니까 중국 관광객 특수에 힘입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기는 했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그중에서도 상위층) 이상에서만 소비 활동이 왕성했을 뿐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수도권의 몇몇 프리미엄 아웃렛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 반면, 지방 소도시의 아웃렛이나 쇼핑몰은 대부분 한산했다.

되레 역풍을 맞은 곳도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700만명의 중소 영세상인, 소규모 납품 제조업체 등이다. 이들 영세 상인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시작된 지난 1일부터 되레 매출이 줄어들었다. 대부분 소비자가 ‘세일 간판’을 내건 대형 마트로 발길을 돌리면서 오히려 피해를 보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기획 단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여론은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그랜드 세일’이 없었던 세일, 상류층만을 위한 세일, 가을 정기 세일을 앞당긴 ‘그저 평범한’ 세일이라고 언론은 ‘합창’을 하고 있다.

일단 수치상의 기록(소비활동지수 상승)에 고무된 정부는 내년에도 이 이벤트를 재개할 모양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성공할 것 같다. 지금까지 드러났던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공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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