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뿌리는 천안 거리퍼레이드
1억 뿌리는 천안 거리퍼레이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10.0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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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천안의 대표잔치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오늘(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개막된다.

“외지 관광객은 거의 없는 동네잔치다.” “동네잔치치곤 너무 많은 돈을 쓴다.” “먹거리 장터, 먹을 건 없고 값만 비싸다.” 20여 억원이 들어가는 이 축제는 그동안 많은 ‘욕’을 들어와 이골이 났다.

이들 중 가장 뼈 아픈 건 “참가팀 늘리려고 돈을 퍼준다”는 비판이다. 최근 몇몇 언론이 ‘전(錢)의 축제…참가만 해도 최소 6배 이상 챙겨’‘거리퍼레이드는 돈 잔캄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올해의 경우, 상금 등 참가팀에게 주는 돈만 총 3억원대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춤경연대회부터 보자. 194개팀이 참가하는데 이 가운데 18%인 35개팀에 상금 7500만원이 주어진다. 이게 전부라면 서운하다. 탈락팀에겐 위로금이 있다.

예선 탈락은 30만원, 본선 탈락은 40만원씩이다. 내가 세계 최고춤꾼, 전국 대학 치어리딩 대회, 막춤대첩대회 등 다른 경연대회에도 적지않은 상금이 걸려 있다.

9일 열리는 거리퍼레이드 상금은 대박이다. 자그마치 1억원이 뿌려진다. 35개팀, 1800여 명이 참가하니 인당 5만5000원꼴로 돌아가는 셈이다.

돈 나눠주는 방식도 다양하다. ‘기본급’이 있고 ‘특별수당’이 있다. 기본급으로 일단 50명 이상 팀에겐 예외 없이 300만원을 지급한다. 그 이하 인원 팀은 인당 4만원씩이다.

팀원이 딱 50명이면 인당 평균 6만원인데 한 명 부족해 49명이면 기본급이 4만원으로 떨어진다. 50명을 살짝 넘기는 게 키포인트다. 그래야 몇 푼 더 건진다. 그 예산이 7300여만원. 특별수당은 입상 11개팀에 상금 형식으로 총 2700만원을 나눠준다.

거리퍼레이드 볼거리는 역시 외국민속팀. 색다른 전통의상과 춤사위로 이목을 끌어왔다. 10여 년째 비슷한 팀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춤을 추고 있다. 외국민속춤 모아 놓은 게 천안축제의 자랑이 될 순 없다.

천안이 고작 수억원으로 세계 민속춤의 전통 계승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할 건 아니지 않느냐. 시민들이 이미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행전문 케이블채널이 매일 각국의 풍물을 샅샅이 비춰주는 요즘이다.

흥타령춤축제는 변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관람객 수, 부풀려진 경제효과가 더이상 자랑일 순 없다. 특히 거리퍼레이드는 커다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일본의 마쯔리를 봐라.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축제를 이끈다. 열정적인 주민 모습을 보러 외국 관광객이 모인다.

흥타령춤축제는 외지관람객이 42.0%다(2012년 조사). 화천산천어축제 98.8%, 함평나비축제 95.5%, 금산인삼축제 87.2%와 비교하기 부끄럽다. 천안춤축제 외지관람객 중 “축제 때문에 천안 왔다”는 5명 중 한 명 꼴(21.2%) 수준이다. 흥타령춤축제 보러 천안 오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 듯하다.

외국인의 춤사위로 사람들 눈을 홀리는 건 잠시뿐이다. 우리 것도 아닌 콘텐츠로 10년, 20년 우려먹을 수는 없다. 주민참여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퍼레이드 종착지점에 살아, 여러 번 봤다는 이모씨(55·신부동)가 꼬집었다. “세금을 나눠 주려면 시민에게 줘라. 왜 외국인에게 주냐.” 구체적 개혁안까지 냈다. 매년 퍼레이드 컨셉을 정해 시민 참여 응모를 받아봐라.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정도 참여시켜라. 그러나 축제를 주관하는 천안문화재단 사령탑을 보면 이씨의 불만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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