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1을 대갚음한 한화 이글스
22대 1을 대갚음한 한화 이글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0.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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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9월 3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스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대결. 2회 말 4번 타자 김태균으로 시작한 공격에서 한화는 타자 일순하며 순식간에 5점을 내며 5대 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이어진 3회 공격에선 신성현이 장쾌한 만루 홈런을 날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9대 0. 이후에도 자비는 없었다. 4회 3점, 5회 1점을 더 보태 13대 0으로 달아난 한화는 이날 경기를 18대 6으로 마치며 홈 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올 시즌 마지막 선물을 했다.

한화로선 이날 승리가 매우 절실했다. 1년 전에 당했던 치욕을 대갚음해야 했던 ‘복수전’이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13일,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최종전을 벌였다. 결과는 22대 1이라는 어이없는 참패. 그날 홈 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관중 절반이 자리를 떴고 경기 내내 침울한 분위기에 야유마저 섞여 나오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치 프로가 아마팀과 싸우는 것 같았다. 구단은 당시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기념 행사까지 준비했지만, 이 참담한 패배로 행사를 취소해 버렸다. 9월 30일의 삼성전 대승이 한화와 팬들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한화 팬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아쉽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날만큼만은 투혼으로 싸워준 데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였다.

한화의 올 한해는 정말 아쉬웠다. 전반기를 44승 40패, 5위로 마감하면서 가을 야구를 꿈꿨던 한화는 후반기 9월 들어 갑자기 무너졌다. 9월 8일, LG와의 원정 경기가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날 한화는 9회 초까지 7대 4로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9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권용관이 내야 뜬 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후 3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한화는 결국 연장 12회 말, 8대 7로 패했다. 이날부터 한화는 내리 5연패를 당하면서 8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두고두고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비록 가을 야구는 접었지만, 한화는 적어도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구단이었다. ‘지옥훈련과 특타’로 대변되는 감독 특유의 지휘하에 뭉친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투혼을 보여주며 돌풍의 핵으로 등장했다. KBO 사상 초유의 21차례 홈경기 매진, 구단 최다 관중 동원 신기록은 프로야구 최다 관중 돌파라는 경사로 이어졌다. 한화가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할 기록이었다.

팬들에게도 큰 힘이 돼주었다. 삶이 빠듯한 충청인들에게 올 시즌의 한화는 마치 IMF사태 때의 박찬호, 박세리와 같았다.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식당에서, 호프집에서, 야근하는 사무실에서 TV를 틀어놓고 삼삼오오 경기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불과 1년 전만 해도 올해처럼 극성스럽지는 않았었다. 충청인들에게 한화는 안주였고 친구였고, ‘위안’이었던 것이다.

시즌을 접은 한화에 대한 여러 기사가 눈에 띈다. 선수 혹사 논란, 투자 대비 성적 부진 등. 그러나 일축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한화가 변했다는 점이다.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불꽃 투혼으로 시즌 내내 충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감독과 선수들. 내년 시즌엔 꼭 ‘가을 야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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