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천안 축제, 탈출구를 찾아라
겉도는 천안 축제, 탈출구를 찾아라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11.04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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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지난 1일 제19회 성환배축제를 다녀오고 영 개운치 않았다. 참석자 대다수가 바라는 어떤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축제였다. 천안서 살면서 개최 보도자료만 기사로 썼을 뿐, 한 번도 가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간 게 잘못이었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걸 찾기 어려웠다. 많은 돈이 들어갔을 텐데 이같은 축제를 왜 계속 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 해답을 축제 팜플릿에서 엿볼 수 있었다. 

총 12쪽 중 6쪽이 지역 ‘거물급’ 인사말과 축사로 채워져 있었다. 출연 인물을 순서대로 옮겨보면 JCI성환청년회의소 회장, 천안시장, 서북구 국회의원, 천안시의장,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장, 성환농업협동조합장 등 6명이 한쪽씩 차지했다. 

내용은 ‘성환 배가 몸에 좋고 경쟁력 있으니 잘 재배해 잘 팔아보자. 축제는 하루 즐기는 데 그치지 말고, 관광객이 늘고 배 산업발전에 도움돼야 한다’는 식이다. 표지·맨뒷장·도움주신분 명단을 빼면 정작 축제 내용이 실린 건 3쪽이다. 

축제의 먹거리는 아예 장터를 돌아다니는 업체에 맡긴 듯했다. 울긋불긋한 천막 속에서 통돼지 바비큐가 돌아가고 커다란 국밥 솥이 걸렸다. 시골 축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먹거리촌이다.

이젠 천안시가 축제들을 과감하게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배·거봉포도(입장면)·호두(광덕면) 등 천안 특산물마다 축제를 열고 있지만 어느 하나 매력적인 게 없다. 재배 농민들과 주민 위안잔치 열 목적이라면, 돈을 적게 들여도 더 효과적으로 치를 수 있다. 사람들도 많이 모이지 않으니 거물들 얼굴 내밀기용(用)으로도 적합지 않은데 왜 열어야 하는 걸까.

이참에 천안의 대표축제 흥타령춤축제 팜플릿을 지난해 것까지 찾아 살폈다.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특히 부대행사 항목은 작년과 올해 똑같았다. 거봉포도 와이너리, 외국인 전통혼례로 시작해 건강검진과 운영으로 끝나는 9개 행사가 순서까지 같았다. 

천안삼거리 대표 스토리 ‘능소전’이 마당극에서 댄스드라마로 장르가 바뀌었다. 올해 능소전은 주관 단체를 공모가 아닌 일반 공사처럼 최저가 경쟁입찰로 뽑아 구설수에 올랐다. 

천안의 이런 특색 없는 축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산은 지난달 24~26일 화끈한 두 축제를 동시에 열렸다. 탕정 트라팰리스 건너편 상가지역인 지중해마을 ‘아울(Owl) 페스티벌’과 도고 코미디홀의 ‘코미디 핫 페스티벌’. 젊은이들을 주 타깃으로 한 힙합과 코미디 축제였다. 

둘 다 처음 연 행사였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 컨셉이 뚜렷하니 집중성은 뛰어났다. 무조건적 관중 끌어모으기 행사가 아니었다. 주민만을 위한 행사도 아니었다. 전국의 마니아층을 아산에 불러들이기 위한 유료 축제였다.

아산의 시조(市鳥) 아울(부엉이)을 내건 페스티벌은 천안·아산 대학 출신 청년들이 만든 멀티문화기업 ㈜자이엔트가 기획했다. 지방도시 ‘외딴곳’에 열린 3~5만원 입장료의 야외 페스티벌에 3000명이 몰렸다. 

프로젝션 건물 맵핑과 화려한 비디오 아트의 환상적 공간 속에서 국내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즐겼다. 자이엔트 김성묵 대표(27)는 “조만간 전국 젊은이들이 이 행사가 열리는 아산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천안시는 원도심 명동거리에서 11년째 열리는 판페스티벌이 겉도는 이유도 하루속히 찾아야 한다. 판만 벌인다고 사람이 모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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