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돈 퍼주기 행사 열건가
언제까지 돈 퍼주기 행사 열건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10.14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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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지난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천안시민 등 관중 2만5156명이 태극전사의 선전에 환호했다. 1년 전 말리 대표팀과의 경기에 이은 천안서 열린 두번째 축구 빅이벤트였다.

시민들은 2만5000원(일반석), 5만원·7만원(이상 VIP석) 등 입장료를 내고 지방에선 보기 어려운 경기를 즐겼다. 그런데 그 이면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

천안시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유치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유치금 2억9000만원을 지불했다. 이 돈을 입장객 숫자로 나눠보면 한 명당 약 1만1500원씩을 선불한 셈이다.

물론 시민들은 또 별도 입장료를 내고 관람했다. 2만5000원짜리 표가 아니라 실제는 3만6500원짜리 표였다는 얘기다. 이런 ‘억대 유치금’ 존재를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

이처럼 천안 축구 팬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 국가대표 경기를 즐기게 하려면 시가 일회성 행사에 큰돈을 들여야 한다. 이 경기가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돼 ‘천안’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는 효과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천안은 그동안 스포츠도시 이름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게 전임 시장의 가장 큰 치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천안축구센터를 국비를 받아 짓는다고 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예산을 축냈다. 알량한 국비(월드컵 잉여금) 129억원 따냈다고 좋아했다 시비 1090억원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당초 예상했던 시 예산(585억원)의 두배 가까운 액수다.

올 초 연속 개관한 실내배드민턴장(73억원), 실내테니스장(58억원)은 건설비만 수십억원이었다.

야구장 건설비로 넘어가면 입이 벌어진다. 보상비만 평당 평균 130만원대다. 200만원이 넘는 땅도 있었다. 전체 부지 보상비가 무려 546억원이다. 천안시가 야구동호인 3000여명(83개팀)을 위해 이렇게 돈을 쓸 만큼 시 살림이 넉넉했던가.

‘억대 유치금’은 축구뿐 아니라 대중가수 공연에도 들어갔다. 지난달 흥타령춤축제 전야제 행사도 방송사에 1억5000만원을 주고 맡겼다. 출연진은 아이돌 제국의 아이들부터 원로급 가수 정훈희 등 다양했다.

이처럼 10대에서 60,70대까지 만족하게 하는 ‘잡탕 콘서트’가 매년 열리고 있다. 몇년새 잇따라 시 승격 50주년 열린음악회,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기념 전국노래자랑 등이 열리면서 억대 유치금이 방송사에 지불됐다.

이렇게 일회성 행사에 억대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행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행사 성격에 무관하게 무조건 가수를 불러 ‘풍악’을 울린다. 둘째, 선거에 목이 멘 단체장이 시민 상대로 인지도 높일 기회를 갖고자 함이다.

아산시의 외암마을 짚풀문화제는 수년 전부터 가수초청 행사를 과감히 없앴다. 축제 성격과 어울리지 않고, 투입 비용과 비교해 시민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천안시 위상은 중소도시를 벗어난 지 오래다. 시 발전에 앞서 시민 문화수준도 성장했다. 언제까지 시골도시처럼 가수 불러 주민 위안잔치 열 셈인가.

최근 선임된 김병국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매머드급 국제대회를 유치하겠다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공언했다.

또 얼마나 많은 시민 세금이 나가야 할까. 생색내기 대규모 행사 유치보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겠지만 체육 꿈나무부터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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