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흥타령축제 행사용역 특정업체 ‘독식’
천안흥타령축제 행사용역 특정업체 ‘독식’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10.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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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대학 벤처업체와 수년간 억대 수의 계약

시, 천안문화원에 축제 주관맡겨 공개입찰 규정 피해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임의단체 이용 편법 운영 계속
천안시가 2003년 천안흥타령축제가 처음 열릴 때 천안문화원에 주관을 맡긴 건 편법으로 축제를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시가 주관할 경우 축제와 관련된 3000만원 이상 용역을 수의계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알려진 천안문화원의 ‘축제통장’거래내역서(본지 2014년 9월 30일 2면 보도)에서 일부 확인된다. 축제통장은 명의만 천안문화원일 뿐 천안시가 도장과 함께 맡아 직접 관리했다.

2004년 9, 10월 문화원 축제통장에서 ‘정00’씨 개인 명의 계좌로 총 1억8032만원이 송금됐다. 축제 예산 5억2000만원 중 34.7%에 달하는 큰 액수다. 정씨는 지역 대학 벤처기업인 H이벤트 회사의 총감독을 맡고 있었다. 축제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렸는데 송금은 개최 전인 9월 13일 4800만원, 9월 22일 6400만원 그리고 축제가 끝난 후인 10월 21일 4800만원, 2032만원으로 나눠 입금됐다.

이 모든 송금 처리가 천안문화원이 통장을 개설한 농협 성정동지점이 아니라 시청출장소에서 이뤄진 걸 볼 때 천안시가 통장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

H사는 흥타령축제 무대장치 및 연출·진행 등을 모두 맡았다. 2006년에도 H사는 축제 연출 1억2070만원, 거리퍼레이드 연출 6520만원을 수의계약으로 따내 시의회 사무감사에서 의원들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3년 흥타령축제 첫 개최 때부터 축제 진행을 맡아, 천안문화재단이 2012년 설립돼 축제를 주관할 때까지 거의 독점했다. H사는 흥타령축제 첫 개최를 앞두고 2003년 7월 설립됐다.

시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등으로 수의계약이 아니라 공개 입찰를 통해 용역 업체를 뽑았는데도 축제 진행 경험 등으로 같은 업체가 잇따라 선정됐다”고 말했다. 천안문화재단이 축제를 주관하면서부터 행사 용역업체는 입찰을 통해 천안 G업체로 바뀌어 3년째 계속 맡고 있다. H사는 올해 입찰에 참여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는 2005년 3월 감사원의 전국 지자체 축제예산 집행 실태 감사가 실시되자 통장을 문화원에 돌려줬다. 거래내역서에 따르면 이 해 출금은 농협 천안시청출장소가 아니라 문화원과 가까운 천안농협 서부지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시는 실제로는 감사원의 편법운영 시정 방침을 따르지 않고 되레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06년 원장과 사무국장이 불구속 기소되는 천안문화원 사태가 터지자 2007년부터 4년간 임의단체인 천안시문화예술선양위원회에 축제 주관을 맡겼다. 시는 선양위가 만든 통장에 축제 예산을 입금시켰지만 실제 축제 운영은 공무원 중심의 ‘축제사무국’이 진행했다.

/천안 조한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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