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흥타령축제 부끄러운 자화상
천안흥타령축제 부끄러운 자화상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9.30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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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천안흥타령축제’는 11년 전 특색 없는 ‘삼거리문화제’를 제치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춤이 중심 컨셉이다. 시민이 다함께 참여해 즐기는 축제를 만들려고 했다

그동안 많은 돈이 투입됐다. 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2003년 삿포르 요사코이 소란 마쯔리 참관을 시작으로 해외 축제 나들이에 나섰다.

관광외유성 논란이 있을 법한 공무원들 해외 출장이 모두 ‘해외축제 견학’만 내걸면 용인되는 형국이었다. 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을 이 잡듯 돌아다녔다.

축제 예산은 계속 늘었다. 첫해 3억5000만원에서 5억원, 10억원, 20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축제 기간도 최초 3일에서 4일, 5일, 6일로 늘어났다.

하지만 축제는 편법으로 운영됐다. 2006년까지 4년간 축제 주관을 천안문화원으로 하고, 문화원 통장에 축제 예산을 입금했다. 곧바로 통장과 도장을 돌려받아 출금은 천안시가 했다.

사무국장, 여직원 등 직원 서너 명인 문화원이 시 축제를 주관하는 건 처음부터 말이 안 됐다. ‘눈 감고 아웅’ 식이었다.

2005년 감사원이 지자체 축제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감사를 벌었다.

이에 놀란 천안시는 편법 운영 체제는 그대로 둔 채 통장만 문화원에 돌려줬다.

그러나 2006년 천안문화원이 원장-사무국장 갈등 등 내분을 겪자 2007년부터 임의단체인 천안시예술문화선양위원회를 주관기관으로 만들었다.

천안시의 두 번째 ‘눈 감고 아웅’이다. 축제 실무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축제사무국이 맡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명의만 실행 조직도 없는 외곽단체로 하는 이유가 뭘까.

시가 주관할 경우 3000만원 이상 용역은 공개 입찰해야 하는 등 예산 사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에 보조금 형식으로 축제 예산을 지급해 집행할 경우, 정산 내역만 결산 처리하면 그뿐이다. 이런 구조 속에 1억8000만원대 용역비가 지급되는 행사 진행을 한 업체가 수년간 맡을 수 있었다.

이러니 흥타령축제는 ‘최우수’평가와 달리 ‘동네 축제’에 머물렀다. 2012년 전국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에 따르면 천안의 외지관광객 점유율은 전국 평균(72.0%)에 훨씬 못 미치는 42.0%였다. 도내 금산인삼축제(87.2%)와 대조를 이뤘다.

외지관광객 방문 동기를 조사했더니 더 비참했다. 21.2%만이 흥타령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천안을 찾았다고 답했다. 금산은 97.8%였다. 외지관광객 모두가 축제 때문에 금산을 방문했다.

방문객은 수치상 115만명(2008년),125만명(2010년),138만명(20

13년)으로 늘었다.

경제효과도 2008년 198억원, 2010년 261억원, 2013년 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측정용역기관의 정확성에 혀가 나올 지경이다. 지난해 경제효과는 십원 단위까지 계산된 ‘300억2888만5040원’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공허한 수치 놀음에 만족해야 하나. 자체 발광에 힘쓰는 사이 동네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흥타령춤축제 축하음악회가 열렸다. 출연진은 제국의 아이들, 딜라잇, 알리, 장윤정, 박현빈, 김장훈, 이치현 밴드, 정훈희 등이었다. 아이돌 가수와 어머니뻘 가수가 함께 출연했다. 타깃 관중이 불분명한 ‘잡탕’출연진이었다.

축제가 발전하려면 비판과 자극이 있어야 한다. 서울 동대문구 등 춤축제 경쟁 지자체도 나왔다. “천안삼거리 흥~ 흥~”만 되뇔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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