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천안흥타령축제 `의심스러운 출발'
11년 전 천안흥타령축제 `의심스러운 출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9.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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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민간단체 주관 … 예산은 시가 직접 관리

천안문화원이 법인명의 통장 만들어 시에 넘겨

“예산의혹 불거지자 문화원 문 닫게 했다” 주장
10여 년 전 ‘천안흥타령축제’ 개최 초기의 적절치 못한 예산 운영이 성무용 전 천안시장을 고발한 시민에 의해 상세하게 드러났다. 천안시가 2003년 천안문화원으로 하여금 문화원 명의 통장을 만들게 한 후 그 통장을 다시 돌려받아 직접 입출금한 내역이 밝혀진 것이다.

전 문화원 회원 이모씨(79·천안 사직동)는 2003~2006년 흥타령축제 예산이 입출금된 천안문화원의 농협 통장 거래명세표와 통장 개설시 관련 서류를 공개했다.

시는 제1회 축제 때 ‘천안시문화예술선양위원회’를 만들어 천안시와 공동 주최케 하고, 주관은 천안문화원에 맡겼다. 그러나 문화원은 법인 명의로 축제 통장을 만들어 도장과 함께 시에 넘겨줬고, 시는 이 통장에 수억원을 입금시키고 직접 돈을 빼 썼다.

이씨는 “통장 자료는 천안문화원 권모 원장과 이모 사무국장 갈등이 촉발한 2006년 10월 말 입수했다”면서 “시가 2008년부터 보조금 지원을 끊어 천안문화원 문을 닫게 한 이유는 이같은 예산 집행 의혹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사무국장 정모씨와 함께 지난 6월 16일 “천안시가 2010년 2월 천안문화원 건물(현재 천안문화재단 사용)을 불법적으로 환수했다”며 성 전 시장을 검찰에 고발해 천안 서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천안시가 통장·도장 챙겨

2003년 8월 6일 천안문화원은 문화원과 가까운 농협 성정동지점에서 축제 통장을 만든다. 통장 인감은 법인 도장이 아니라 ‘천안시문화예술선양위원회 재정위원장 이●●’이라고 새긴 도장이었다. 시가 편리하게 출금하기 위해 새겨서 문화원에 넘겨 준 사무국장 명의 도장이었다.

2003년 8월 12일 천안시는 2억4000만원 축제 예산을 성정동지점 발행 문화원 통장에 입금시켰다. 그런데 이후 48회에 걸친 예금 인출은 성정동지점이 아니라 농협 시청출장소에서 이뤄졌다. 통장이 도장과 함께 천안시에 넘겨졌음을 알 수 있다. 이해 10월 9일 9500만원, 2000만원이 더 입금된다. 총 입금액은 3억5500만원.

시의 축제 통장 관리는 2004년도 이어졌다. 문화원 통장에 4억원(7월 2일), 1억원(9월 24일), 2000만원(10월 6일) 등 총 5억2000만원이 입급됐다. 예산액이 크니 출금 횟수도 많아졌다. 73회에 걸쳐 농협 시청출장소에서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6400만원이 현금 인출되거나 계좌 이체됐다.

시 관계자는 “시가 주관할 경우 3000만원 이상 축제 용역은 모두 공개 입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행사 진행상 수의계약이 가능한 민간단체에 맡기게 됐다”면서 “예산 집행은 시 축제기획단이 실질적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내부 불화 생기자 도장 바꿔

2006년 8월 24일 천안문화원은 축제통장 인감을 사무국장 인감에서 법인 도장으로 바꿨다. 당시는 권 원장과 직원들 사이 불화가 싹 트고 있을 때였다. 9월이 되자 여직원 3명이 권 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몇 개월후엔 이 사무국장이 횡령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천안 조한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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