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을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을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09.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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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젊은이들의 취업 면접 성공 비결 중엔 옷차림도 한몫 한다고 한다. 이는 상대방의 성격, 교양 등이 옷차림에서 어느 정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노출이 심한 옷은 천박하기조차 한 것을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옷은 상대방의 신분 및 부의 척도를 재는 잣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교복을 비롯, 관공서의 제복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옷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겉볼안을 부추기고 있다. 외모지상주의에 옷차림도 일조하는 게 그것이다. 오죽하면 옛말에 ‘입은 거지는 얻어먹는다’고 했을까.

이 속담만으로도 예로부터 옷이 날개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능력이나 인성보다는 외모의 미추(美醜)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일에 익숙하게 된 바탕엔 옷차림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방의 겉모습만 믿었다가 일을 그르치는 일은 허다하다.

삶을 살면서 겉으로 풍기는 상대방의 인상에 의존해 그 사람의 전부를 안다고 믿고 있다. 또한 항간에 회자되는 말인 ‘생긴대로 논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가.

얼마 전 딸아이가 지인의 중매로 맞선을 봤다. 상대 남성은 국내의 대그룹에 다니는 남성이었다. 그는 딸아이에게 자신의 세계와 다른 사람일 것 같아 자신 없다는 뜻으로 말하더란다. 모 시립교향악단 단원인 딸아이의 겉모습만 보고 내린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예술가들은 특히 음악하는 여성은 약간의 허영심과 높은 콧대를 지녔다는 편견과 선입견에서 비롯된 판단인 듯하다.

내가 팔불출이어서가 아니라 이참에 공개적으로 딸아이 자랑좀 해야겠다. 나는 딸아이들을 그렇게 양육하지 않았다. 따뜻한 가슴과 인간미를 갖추도록 가정교육시켰다. 그 탓인지 평소 집안 청소는 물론 요리 잘하고 알뜰하며 품행이 반듯하고 성실한, 그야말로 천상여자다.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안다. 이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두 딸들이 사회인으로 일하는 직장 내에서의 평판이다.

이런 딸아이에 대해 어긋난 판단을 한 상대 남성과 달리 딸아인 그 남성에 대해 정확한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비록 첫인상이 썩 미남은 아니지만 연구원으로써 인내심을 갖고 힘든 시간을 버텨 과장까지 진급했다는 그 남성의 말에 큰 호감을 보였었다. 겉모습보다 그 남성의 성실성을 높이 샀다.

결혼은 긴 시간을 두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이다. 무엇보다 필수적인 것은 겉모습보다 상대방의 됨됨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사랑 다음으로 상대방의 인성이라고 판단한 딸아이의 성숙한 판단에 어미로서 흐뭇할 따름이다. 겉모습은 필수가 될 수 없다. 겉은 때론 거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혜안이 부족할수록 진실과 멀어질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삶을 살며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시적인 현상에만 매달린 삶이 아니었나 싶다. 허위, 과장의 너울에만 가려져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온 지난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대형 참사, 비리 투성이 아니었던가.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노래로써 멋진 제목이다.

‘오늘 아침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이런거지/ 오늘 아침 내가 서러운 이유도 그런거야/ 청춘이 아름답다 하는 것은 환상이지 환상이라야 해/ 지금부터 시작되는 시간들이 최상이 되어야지/ 아무것도 나는 가진 게 없다네 없다네/ 재능이나 사명 남겨줄 가치도 모른다네/ 그러면서 무엇인가 기다리고 / 무엇인가 찾아서 헤맨다네/ 언제나 찾아오는 아침처럼/ 희망 하나 남아서…’

청춘은 경험 부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참다운 눈을 갖추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노래 가사대로 환상이 때론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릴 때가 있다. 결혼을 전제로 할 경우 환상은 금물이다. 결혼은 꿈인 동시에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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