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가서 살아보실 랍니까?
독도, 가서 살아보실 랍니까?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4.07.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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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2008년, 그러니까 6년 전. 실은 기억도 가물거린다. 한참 덥던 8월,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이 열렸다. 9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 살림살이에까지 영향을 미칠 무렵 가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내 준비한 그의 무모한 도전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었다. 그 9월 한 남자가 독도로 들어가는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일본이 늘 넘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상징의 섬, 관념의 섬 독도가 아니라, 맛있는 자장면을 파는 마라도나, 해병대의 우렁찬 구보 소리 아래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백령도처럼 생활의 섬 독도를 직접 경험하리라는 큰 포부가 그가 꾸린 가장 든든한 양식이었다.

가을, 겨울, 봄 그리고 여름, 그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딱 1년을 독도에서 생활인으로 살았다. 우리에게 상징이자 관념인 독도에 사람이 살러 간 일부터가 남다른데다가 독도가 어떤 곳인가, 아무나 들어가 살 곳인가? 그의 입도는 만만치 않았단다. 입도 과정이 힘겨울 수록 그의 독도인으로 살아 가고자 하는 다짐은 더욱 굳어졌고, 마침내 그는 독도로 주소를 옮기고 독도 사람이 되었다. 그의 독도 첫날밤은 김성도 이장 내외와 한 방에서였다. 그가 묵기로 한 어업인 숙소 방 네 칸이 모두 공사 관련 인부들과 학술조사단 등이 차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숙소가 부족한 독도, 부족한 숙소만 그를 어렵게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대면한 섬은 나를 기꺼이 품어주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 나더러 독도에 오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자. 섭섭함도 갖지 말고 울화통도 터뜨리지 말자. 나에게는 스스로 설정한 일이 있지 않은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몸으로 증명하는 것’. (저자의 글 ‘독도에 산다’ 중에서)

무엇인가를 몸으로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울릉도와의 뱃길이 끊기면 부식 및 생활용품의 조달이 어려워진다. 한번은 학술조사차 들어온 연구팀과 함께 밀가루 풀로 연명하기도 하였다. 삭풍에 길고 긴 겨울 밤을 그는 몸부림쳤다.

동해 한복판에서 맞은 설날 아침 세수하고 단장한 후 멀리 부모님 계신 곳으로 엎드려 큰절하고 청주 한잔 올렸단다. 독도의 동도 등대로 옮겨와 생활한 3개월 겨우살이를 마치고 봄, 다시 그는 서도로 옮겨가 온갖 생명이 움트는 독도의 봄을 맞았다.

황량했던 독도에 초록이 번져가면서 봄은 무르익었다. 쉬어가기 위해 들른 수많은 철새의 독도 방문도 몸소 보았다. 물개도 찾아와 망중한을 즐겼고, 사람들도 독도를 찾아왔다. 그는 이제 독도 사람이 되어 사람들을 만난다. 밀물처럼 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가 썰물처럼 보낸다. 진짜 독도에서 사는 생활인이 되어.

그의 이름은 전충진. 무모한 사람이다. MBC의 예능 대세, 무한도전은 원래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무모함은 무한한 도전의 시작쯤 되는 것일까? 그의 무모함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돌아왔다. 그의 독도 사랑은 독도를 관념의 땅에서 일상의 땅으로 불러냈다. 그 과정을 기록한 책 ‘독도에 산다’가 지난 1일 세상에 나왔다.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한 사람의 역사이고, 이방인으로 독도에 온 한 남자를 품어 진짜 독도 사람으로 성장시킨 독도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장을 넘기며 그의 푸른 뒷모습이 떠올랐다. 독도의 바람을 맞으며 찍은 수염 덥수룩한 사진 한 장도 스쳐갔다. 독도, 삶 속에서 정면으로 맞이한 그의 뚝심이 눈부셨다.

장마도 없이 들이닥친 더위로 하루하루 숨이 턱턱 막힌다. 비가 좀 오려나 하고 흐린 하늘에 기대를 걸어보면 여지없이 쨍하고 맑아 뙤약볕을 내려놓는 날씨, 시원한 바다가 그리워진다. 푸르른 동해, 그 한복판에 나도 이 나라 땅이라고 용기 있게 떠있는, 우리 땅 독도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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