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바라는 효도는
부모가 바라는 효도는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7.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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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고향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향집에 오면 무엇에 쫓기듯 돌아갈 생각부터 했었는데 이렇게 여유가 생긴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여유가 생기다보니 해야 할 일도 많이 생각났다.

첫날은 어머님 모시고 아버님 묘지를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아버님 묘지에 어머님 모시고 간 것이 처음인 듯하다. 언젠가 아버님 묘지에 가보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음에도 산길이 험한데다 어머님이 고령이라는 이유로 매번 우리형제들끼리만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님을 모시고 가고 싶었다. 천천히 가면 될 듯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일 것이다.

일단 예초기를 챙겼다. 가는 김에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동안은 조상님들 묘지 벌초를 남의 손에 맡기다가 지난해부터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에 연 2회씩 하고 있다. 하여 이번에 예초기는 물론 고향집에서 필요한 드릴 등 장비를 이것저것 새로 구입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그런데 예초기 사용도, 드릴(drill) 사용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사용요령을 구입처에 문의해가며 사용해야만 했다. 관심만 있었다면 진작 알았을 아주 간단한 사용법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상에 필요한 장비 사용법도 몰랐다는 생각에 잠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다보니 아버님 묘지 진입로에 도착했다. 필요한 이것저것을 챙겨 묘지로 향해 걸었다. 마을길을 벗어나 산길로 진입하려고 보니 길이 없었다. 칡 및 가시덤불 등 잡초가 우거져 어머님이 오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예초기로 먼저 길을 내야했다. 혼자 가는 것 보다 시간이 몇 배 더 걸렸다. 그래도 어머님을 모시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안 하시고 끝까지 오르시며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지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님 안색이 좋지 않아보였다. 아카시아 나무가 묘지주변에 몇 뿌리 보였기 때문이다. 묘지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예초기로 깎지 말고 뿌리까지 다 뽑으라고 하셨다. 어려운 얘기였다. 매년 예초기로 깎았기 때문에 뿌리가 크고 깊었다. 하여 다음에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일단 예초기로 깎고 넘어갔다.

어머님의 이런저런 말씀을 들으며 벌초와 성묘를 끝냈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내려오는 길에 점심은 읍내로 나가 먹기로 했다. 무엇이 먹고 싶으시냐고 했더니 아무거나 먹자고 했다. 늘 똑같다. 아무거나 먹자는 말씀 말이다. 하여 일단 제과점에 들러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아버님 생전에 자주 가시던 전통음식점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만족해 하셨다.

어머님께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버님과 함께하신 추억을 즐기고 있었다. 조금은 이해가 갔다. 홀로 사시면서 사람이 그립고 말 상대가 필요하신 것이었다. 이런 어머님의 마음을 가끔은 생각했음에도 자주 챙기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진짜 효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선물과 용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자식들이 행복하게, 무탈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자주 찾아뵙고 함께 식사도 하고 말동무가 돼 드리는 것, 즉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부모들이 원하는 효도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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