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화살
놓친 화살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07.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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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인격은 어려서부터 형성된다고 심리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어린아이의 성격 형성에 대한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 그래서 필요하다. 용변 보는 습관을 강제로 시킨다든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의 심한 꾸지람, 혹은 버릇없이 굴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엄격히 훈계하지 않으면 아이의 성격이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동 심리학의 핵심이다.

재혼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를 상습 폭행하는 부모가 많음을 보게 된다. 텔레비전 뉴스에 계모가 초등학생 아이의 종아리를 수없이 때리자 이를 지켜보던 친부가 아들의 등과 머리를 골프채로 수십 차례 때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모란 무엇인가. 자식을 위해선 불 속이라도 뛰어드는 게 부모가 아니던가.

나의 모친께선 홀로 사시면서도 우리들을 참으로 정서적으로 키웠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어머니께서 매우 아끼는 질그릇을 실수로 깨트린 적 있었다. 그때 어머닌 오히려 옆에 있던 내가 다치지 않았는지 그것부터 살핀 후 아무 말 없이 깨진 그릇 조각들을 치웠었다. 뿐만 아니라 동생들이 아이들과 싸운 후 맞고 들어오면 그 아이를 집으로 불러오게 하여 함께 밥을 먹도록 하고, 공부도 같이하게 하여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아량을 베풀 줄 알게 했다.

공부를 안 하고 하루 종일 고무줄넘기만 하는 나를 보고,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다. 재미있게 아이들과 노는 것도 공부의 한 방법이다.”하면서 꾸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교육 탓이었을까. 나 또한 그것을 대물림받아 딸아이들에게 평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래도 두 딸은 반듯하게 잘 자라 사회에 나가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우리나라 부모들을 따를 자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처럼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 과잉 사랑은 자칫 아이들로 하여금 헛발질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진정한 자식 사랑은 자식에 대한 집착과 애착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비록 자신의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엄연히 하나의 인격체이다. 이에 못지않은게 또 있다. 자식에 대한 무관심이다.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부모든, 자식이든, 연인이든, 이웃이든 힘이 닿을 때 눈을 돌려보자. 힘을 아끼고 망설이다가 많은 것을 잃는다.

이런 유행가 가사가 있다.

'님은 먼 곳에'가 그것이다.

=‘사랑 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랑/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재고 따질 일이 많은 게 우리네 인생사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인지라 상대방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힘을 아끼고 이해타산에 젖어 눈 저울질만 하다간 가까이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놓칠 수도 있다. 한번 떠난 마음은 시위를 벗어난 화살과도 같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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