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것
지금,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것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6.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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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매년 6월 보훈의달을 맞아 충청타임즈가 주관하는 충청보훈대상 시상식은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발굴, 그 숭고한 뜻을 기리는 자리다. 주로 6·25 참전자들이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행사를 참관하는 일반인들이 아주 절절하게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행사장에 힘들게 모습을 드러낸 6·25전쟁의 피해자, 예를 들어 신체의 특정 부위를 잃고 아직도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나이 지긋한 어른이나 혹은 이로 인해 평생 어려운 삶을 지탱해온 그 가족들을 보면서 6·25라는 전쟁을 재삼 실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엄청난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다 여차하면 남북이 금방이라도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극단의 대립관계에 있다는 것을 이 행사장에서만큼은 갑자기 실체적 사실로써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가지를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올린다. 두번 다시 전쟁은 안 되고, 그 어떤 명분에서도 결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충청보훈대상 시상식이 올해로 40회째를 맞이하며 그동안 숱한 유훈자가 발굴됐지만 아직도 눈물없이는 듣지 못할 그들의 아픈 상처는 여전히 주변에 널려 있다. 졸지에 가장을 잃고 자식을 떠난 보낸 이들의 사연은 반세기가 훨씬 지났어도 여전히 한국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감성은 요즘처럼 호전적일 때가 없었던 것같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따른 보복심리의 발로일 수도 있겠지만 ‘전쟁 불사’를 외치는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에 너무도 쉽게 터져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고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북한변수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대립과 극단의 문화를 지적한다.

아닌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처럼 일상에서조차 서로 대립하고 불편해 했던 적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같다. 보통 서민들의 하찮은 사석에서도 자칫 정치 얘기를 잘못 꺼냈다간 십중팔구 얼굴을 붉히며 으르렁거리게 된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소위 보수와 진보의 알력만이 아니다. 모든 대화에서 어느덧 상대에 대한 인정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최근 갑자기 이러한 분위기가 횡행하기까지는 세월호 침몰에서부터 문창극 파문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쉴새없이 가져 다 준 ‘불신’의 영향이 컸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정도가 심히 우려할 상황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병언 도피사건만 해도 그렇다. 현재 시중의 여론은 유병언을 반드시 잡아서 아예 사형시켜야 한다는 게 대세다. 어쩌다 이에 반박이라도 하게 되면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온 나라가 벌떼처럼 나서서 채근하는 사건이니 만큼 국민들의 격앙된  감정은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유병언은 세월호 사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아울러 거대 종교집단의 일탈은 구원파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사건화가 안됐을 뿐이지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구원파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배를 침몰시킨 선박 요원들과 그 회사에 대해 1차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라의 모든 공권력이 총 동원됐는데도 물에 빠져 살려달라는 300여명을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봤던 해경과 그 외 관련 부처들의 초기대응과 사고수습에 따른 책임여부를 분명히 가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마냥 호전적이다. 문창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전쟁에 불러내는 것은 아주 쉽다. 우리가 적에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애국심과 안보의식이 없다고 격렬히 비난하기만 하면 된다.” 나치 지도자 헤르만 괴링이 전범 재판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으며 한 말이다. 전쟁은 분명 안 되지만 정작 우리가 더 무서워 하는 것은 괴링이 꿰뚫고 있던 국민 감성의 황폐화, 바로 적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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