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엄마 사모곡
새 엄마 사모곡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3.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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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시대정신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감동이었다. 아니 요즘 세상에 저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청년이 있다니.

지난 3월 9일 저녁, KBS1 TV의 ‘강연 100°C’에 출연한 한 젊은이가 메마른 내 눈을 적시게 했다. 그가 세상이란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란 연제로 강연한 그 청년은 족발을 파는 앳되고 풋풋하기 그지없는 33살 총각 소성현이었다.

세상에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그리워하지 않을 자 뉘 있으랴. 그래서 사랑하는 어머니는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이고, 영원한 노스탤지어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계모라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에 계모에 대한 선입관이나 정서가 그리 곱지 않기 때문이다. 소성현이 바로 계모인 새 엄마에게 사모곡을 바쳤다.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주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깊고 숭고하다는 것을, 모진 가난 속에서도 배다른 아들을 감화시키고 위기의 가정을 건사한 한 여성의 헌신적인 삶, 꿈 많은 소년이 또래들과 놀지 않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족발가게에서 어머니를 도운 아들의 효심 등….

성현이는 삼형제 중 장남으로 밑으로 친 동생과 새어머니가 낳은 막내 동생이 있다. 7살 때 부모님 이혼으로 생모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새어머니와 살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시골로 내려왔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며 방황을 했다. 결국 새어머니가 시골 장터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며 가족에 생계를 꾸려 나갔고 근근이 모은 돈으로 가게를 얻어 족발장사를 하게 된다.

성현은 가족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새어머니를 돕고자 방과 후 가게로 나가 족발 다듬는 일을 했고, 그때부터 새어머니와 속정이 들어 진정한 어머니로 따르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족발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고 가정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갈 무렵 새어머니가 갑작이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 가셨다.

성현은 어머니의 비법을 고수하며 족발가게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손님이 늘자 두 동생들도 족발장사에 뛰어들게 되었고, 2호점 까지 내게 되었다.

성현은 그리운 어머니께 고하였다. 저희 삼형제 똘똘 뭉쳐 족발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고 재래시장에도 진출해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며 저희들 지켜봐 달라고.

이런 형의 강연을 들으며 내내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막내 동생의 모습에 가슴 저몄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과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의 풋풋한 모습에 한없는 연민의 정을 느꼈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가난과 씨름하며 악착같이 7남매를 건사하셨던 가엾은 울 엄마가 한 없이 그리워진다. 젊어서는 역마살이 낀 남편을 내조하느라 고생했고, 남편을 여윈 후로는 정든 고향집을 떠나 친지 하나 없는 아들네 집에 살며 직장 다니는 며느리 대신 핏덩이 같은 두 손자를 받아 잘 키워 놓고는 말년에 녹내장과 치매에 걸려 서글프게 생을 마감하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제대로 수발 한번 못 들고 변변한 치료 한번 못해 드린 무능과 불효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오늘도 속울음 우는 못난 이 불효자식 어여삐 봐 주세요.

어느 듯 당신이 받아 키운 손주 녀석이 장성하여 결혼을 했고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그 증손녀가 지금 별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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