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조진관의 간찰
징검다리- 조진관의 간찰
  • 한명철 <인형조각가>
  • 승인 2013.10.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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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한명철 <인형조각가>

고구마를 대마도에서 가져온 조엄은 1776년 평안도 관찰사로 있을 때 정조 초기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홍국영 일당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됩니다. 아들이었던 조진관은 신문고를 쳐서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옥중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등 세도 권력에 항거하여 1794년 드디어 그 원을 풀게 됩니다. 조선에서는 충과 효가 근본인지라 수많은 효자를 볼 수 있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감찰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의 지극한 효성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옛 분들의 간찰을 살펴보면 아버지에 대한 사랑 가득한 편지가 따뜻하고 늘 감동스럽습니다.

그는 호조판서 시절 영동 관서 지방에서 재해를 입은 고을 농민의 어려움을 도왔으며 글씨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였습니다. 아들 둘을 두었는데 첫째 만영의 딸은 신정왕후로 헌종의 어머니가 되어 조대비로서 대원군의 둘째 아들을 고종으로 낙점한 분입니다. 풍양조씨는 위세를 떨치는 가문이 되었고 둘째아들 인영은 영의정 시절 절친 추사가 권력 다툼의 희생양으로 거의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를 구해 제주도로 유배토록 힘쓴 인물입니다.

우리가 보는 추사체의 완성에 어쩌면 그의 공이 지대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유배지에서 인영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들은 추사의 장탄식은 얼마나 깊었는지 상상키 어렵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조진관의 노력으로 험난한 조선조 말의 역사 한 페이지를 들춰보며 그의 징검다리 역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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