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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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지나
'절기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 봉숭아꽃 는 옛말이 실감나는 하루입니다. 꺾일 것 같지 않던 태양의 기세가 처서를 지나면서 굴절된 듯 조금씩 누그러져 다가옵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계절은 가고 옴을 되풀이합니다. 짱짱한 태양빛이 여름을 옹골지게 든다면 따스한 손길 같은 가을빛은 들판을 여물게 만듭니다. 여름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들판에는 빛을 받기 위한 분주한 생명의 몸짓이 가득합니다. 여름과 가을을 경계 짓듯 해바라기, ▲ 해바라기
꽃 대궁 길게 밀어 올리고
들판에 서 있습니다.
큰키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어하는
여인의 마음이라 생각하면
그마저 사랑스럽습니다.
철저한 규칙과 배열로 촘촘하게
씨앗을 품는 해바라기
빛을 쫓는 운명처럼 그녀는
둥근 꽃속에 태양을 품었을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뜰앞에 핀 봉숭아
쉬이 지나쳤는데
어느새 꽃 사이로 씨앗이 들어차
한 알 한 알 영글어갑니다.
뜨거운 여름을 품고
가을로 가고 있는 시간,
짓궂은 장난으로 손끝을 대니
또록한 눈빛 탱글, 튀어오릅니다.

저 작은 것 하나에도
가을이, 계절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제 스스로 영글어 가는 들판,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참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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