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
'절기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들판에 서 있습니다.
큰키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어하는
여인의 마음이라 생각하면
그마저 사랑스럽습니다.
철저한 규칙과 배열로 촘촘하게
씨앗을 품는 해바라기
빛을 쫓는 운명처럼 그녀는
둥근 꽃속에 태양을 품었을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뜰앞에 핀 봉숭아
쉬이 지나쳤는데
어느새 꽃 사이로 씨앗이 들어차
한 알 한 알 영글어갑니다.
뜨거운 여름을 품고
가을로 가고 있는 시간,
짓궂은 장난으로 손끝을 대니
또록한 눈빛 탱글, 튀어오릅니다.
저 작은 것 하나에도
가을이, 계절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제 스스로 영글어 가는 들판,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참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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